국내 기업 창업과 폐업이 동시에 줄어들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산업 역동성 소멸이 국내 장기 성장성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일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한국 산업 역동성 진단과 미래 성장기반 구축' 보고서를 발표하며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국내 잠재성장률 복원을 위해서는 산업 역동성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혁신기업 탄생과 성장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SGI가 산업 역동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근거는 활동 기업 중 새로 생겨난 기업 비율인 '신생률'과 사라진 기업 비중인 '소멸률'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 산업 신생률은 2007년 17.9%에서 2019년 15.3%로 줄었다. 소멸률 역시 2007년 13.0%에서 2018년 11.1%로 낮아졌다. 창업도 폐업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기업 성장성 역시 문제다. 활동 기업 중 3년 매출액 증가율이 20%를 웃도는 고성장 기업 비율은 2009년 13.1%에서 2019년 8.6%로 급락했다. 제2 김범수 같은 사례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새로 생겨나는 기업이 제조업이 아니라 진입장벽이 낮은 도소매, 음식숙박, 부동산업 위주라는 점도 문제다. 제조업 중 높은 기술수준을 필요로 하는 전자·컴퓨터 등 고위기술 부문 제조업 신생률은 2011년 11.9%에 달했던 것이 2019년 7.7%로 줄었다.
이같은 산업 역동성 저하는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능력 저하, 사회갈등 심화로 이어진다는 문제점을 지닌다는 것이 SGI의 분석이다. 기업이 안정추구에 나서며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고용을 주로 창출하는 신생기업이 줄며 일자리 추가 역시 줄어듦에 따라 고용을 두고 세대 간 경쟁 심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창업 활성화, 사업재편, 혁신역량 강화를 제언했다.
먼저 '창업활성화'를 위해 법·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보고서는 "산업 전반에 걸쳐 파괴적 혁신의 물결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모든 산업의 가능성과 가치를 이해하고 허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신기술의 시장 출시를 먼저 허용한 후 필요하면 사후에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틀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산업 내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정부 주도로 과감한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추진 방식에 있어서는 기업의 위기 발생 원인별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며 경쟁력을 갖추었지만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의 경우 만기연장, 이자감면 등을 통해 자생력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혁신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SGI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 정책을 마중물로 해서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등 제조업 근간을 바꾸는 변화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며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뒷받침할 제도 및 인프라 개선과 민간 투자를 견인할 대형 프로젝트 추진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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