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앞두고도 '금리 올라봐야 얼마나 오르겠나' 심리
금리상한 특약 대출 인기도 시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변동금리로 가계대출을 받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이 예고되면 고정금리로 가계대출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지만 기준금리 인상을 코앞에 두고도 고정금리 가계대출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2일) 한국은행은 6월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이 18.5%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달에 비해 3.5% 떨어진 수치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이 81.5%를 차지하게 되면서 2014년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작년과 2019년 신규 가계대출 기준 변동금리 평균비중과 비교했을 때 1~2년 사이 20~30%포인트 증가한 것입니다.
신규 대출이 아닌 가계대출 전체 잔액을 기준으로 봐도 6월 고정금리 대출비율은 27.3%로 2014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당장 수개월 앞으로 당겨졌고, 정부도 계속해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대출 이자 부담에 대한 경고를 날리고 있지만, 고정금리의 인기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재의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격차가 대출자가 예상할 수 있는 향후 수년간의 잠재적인 변동금리 상승분보다 크다는 점이 이 같은 결과에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 달 16일 기준 코픽스(COFIX) 연동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2.49~4.03% 입니다.
그러나 코픽스가 아닌 은행채 5년물 금리를 적용하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고정금리)는 2.89~4.48%로, 변동금리보다 상단과 하단이 0.4%포인트 이상 높습니다.
고정금리의 경우 지표금리의 영향을 즉각적으로 받지만, 코픽스 등을 기준으로 삼는 변동금리는 은행의 종합적 조달 비용이 모두 고려되기 때문에 고정금리만큼 상승 속도가 빠르지 않아 둘 사이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4대 은행 금리 범위를 기준으로 보면 상단과 하단의 차이가 0.4% 정도지만 개별 은행안에서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격차가 0.7~0.8% 까지 차이난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거의 1%포인트까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격차가 벌어진 때도 있었다"며 대출자가 변동금리가 아닌 고정금리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요 시중은행들의 '금리상한 특약 대출' 상품도 초라한 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리상한 특약 대출은 평소 이자를 조금 더 받고, 금리가 급격히 오를 경우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금리를 높일 수 없도록 상한선을 두는 구조의 상품입니다. 이번에 출시된 특약 상품의 경우, 대출 잔여기간이 3년 이상 5년 미만이면 남은 기간 전체에 금리 상승폭이 기준금리 대비 1.5%포인트 이하로 제한되고, 잔여기간이 5년 이상이면 5년까지만 기준 금리보다 2.0%포인트 오를 수 없는 상한선이 적용됩니다. 각각의 가산금리는 연 0.15%포인트, 0.2%포인트 수준입니다.
이렇게 '향후 금리 상승 위험과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상품을 준비해달라'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출시된 상품이지만, 주요 시중은행에서 약 2주간 체결된 특약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알려졌습니다.
5대 시중은행 중 한 곳의 관계자는 "아직 금리상한 특약 체결 실적은 없다"며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리상한 특약 상품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고정금리가 외면받는 이유와 같다며 "초저금리 환경이 1년 반 이상 이어지면서 금리 상승에 대한 대출자의 민감도가 확실히 떨어진 데다, 변이 바이러스 등으로 경기가 생각만큼 빨리 회복되기 어렵다는 관측까지 더해져 '향후 금리가 올라봐야 얼마나 오르겠냐'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