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 [김호영 기자] |
22일 카카오뱅크는 기관 투자자 대상 공모주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국내외에서 총 1667곳이 청약에 참여해 1732.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공모가를 희범범위 최상단인 3만9000원으로 확정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 가운데 38.4%가 공모가 범위 최상단인 3만9000원이 넘는 가격을 써냈다. 공모가가 3만9000원으로 확정되면서 공모규모도 2조5525억원으로 정해졌다.
지난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18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쟁률은 이보다는 낮은 숫자다. 하지만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공모금액은 2조2459억원으로, 카카오뱅크의 2조5525억원보다 적다. 이 때문에 청약 경쟁률을 청약증거금으로 환산하면 카카오뱅크에 몰린 기관투자자들의 주문금액은 2585조원으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2417조원을 뛰어넘는다.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카카오뱅크의 IPO는 역대 3번째 규모로 기록되게 됐다. 카카오뱅크의 공모 규모는 삼성생명(4조8881억원), 넷마블(2조6617억원)보다 적고 삼성바이오로직스(2조2496억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2조2459억원)보다 많다.
카카오뱅크가 일반 공모청약에서도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반 개인 투자자 대상 청약 접수는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현대차증권 네 곳에서 청약을 접수한다. 증권사별로 배정된 물량은 KB증권이 1832만6000주, 한국투자증권 1243만5500주, 하나금융투자 196만3500주, 현대차증권 130만9000주 순이다.
기존의 사상 최대 청약증거금 기록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80조5366억원, 역대 2위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63조6198억원이다. 모두 올해 세워진 기록이다. 이 두 회사는 모두 중복청약이 가능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중복 청약이 되지 않는다. 만약 2곳 이상의 증권사에 청약을 넣게 되면 가장 먼저 청약한 증권사의 청약만 인정된다. 이에 따라 막판까지 증권사별 경쟁률을 확인한 뒤 청약을 넣는 눈치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 포스코, 한전 등 우량공기업에서 삼성전자, 카카오 등으로 국민주 위상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21일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 카카오뱅크 일반공모 안내문이 걸려있다. [이승환 기자] |
카카오뱅크의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흥행은 공모가 고평가 논란을 불식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카카오뱅크는 공모가를 산정하면서 해외 핀테크 기업 4곳을 비교대상으로 선정했다. 총자산 대비 이익을 뜻하는 자산이익비율(PBR)은 평균 7.3배였다. 카카오뱅크의 확정공모가는 이들 기업의 평균 PBR에 18%의 할인율을 적용한 숫자다. 하지만 비교대상에서 국내 은행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국내 금융지주나 은행들의 PBR이 1배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배제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공모가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18조5289억원이다. 이는 국내 4대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현재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KB금융이 21조5300억원, 신한지주 19조9600억원, 하나금융지주 13조8900억원, 우리금융지주 8조4144억원 순이다. 총 자산이 30조원도 채 되지 않은 카카오뱅크에 400조~600조원 수준인 금융지주사들과 비슷한 수준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은 것이다.
지난 20일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은행과는 영업모델과 수익성 구조 측면에서 시작부터 다르다"라며 "금융플랫폼으로서의 역량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기존 산업군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섹터를 담당하고 있다고 본다"며 고평가 논란을 반박하기도 했다.
이번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의 흥행으로 카카오라는 브랜드 가치, 무서운 성장 속도를 전면에 내세운 카카오뱅크의 상장 전략이 어느 정도 시장의 인정을 받았다는 게 확인됐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전용 금융 플랫폼의 혁신을 기반으로 시현했던 폭발적인 성장세와 함께 독보적인 확장성에 주목해야 한다"라며 "마이데이터 서비스, 해외시장 진출, B2B 솔루션 등 미래 성장동력 측면에서도 '카카오'이기에 성공적인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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