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 선진국 줄하향
↑ 부산항 북항 전경.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사진 = 부산시 |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습니다. 한국의 신용등급이 역대 최고 수준을 이어간 것입니다.
↑ 피치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평가 / 사진 = 피치 홈페이지 캡쳐(fitchratings.com) |
22일 피치는 한국의 강한 대외건전성과 경제 회복력, 양호한 재정여력과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도전을 균형있게 반영한 결과 이 같이 결론냈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수출 호조에 따른 경제회복이 한국의 신용도를 지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다수 선진국의 등급이나 전망이 떨어진 데 비해 한국만 역대 최고등급을 유지한 것이어서 더욱 고무적인 성과로 평가됩니다. 지난해 3월 이후 영국과 캐나다, 프랑스, 일본, 미국 등 18개국은 등급이 하향조정된 이래 현재까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치의 국가신용등급은 크게 투자등급과 투기등급으로 나뉩니다. 투자등급은 다시 AAA부터 BBB-까지 10개 지표로 세분화됩니다. 한국이 받은 AA-등급은 상위로부터 4번째 지표에 해당합니다. 최상위인 AAA등급에는 독일과 네덜란드, 스위스, 룩셈부르크, 미국 등 10개 나라가 속해 있습니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한 단계 낮은 A+등급, 일본은 두 단계 낮은 A등급입니다.
↑ 피치의 주요국 국가신용등급(2021년 7월 현재) / 출처 = 기획재정부 |
피치는 한국의 GDP가 올해 4.5%, 내년에는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15일 '세계경제전망'에서 발표한 전망치와 동일한 수치입니다. 수출과 투자 호조 등에 힘입어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도 2차 추경과 백신보급 가속화로 소비회복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 결과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흔(scarring)'은 제한적이겠지만 빠른 고령화는 중기 성장률을 제약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피치는 국가채무의 증가가 재정운용상 위험요인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2차 추경 때문은 아닙니다. 오히려 재원을 추가세수로 충당해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데다 국채를 일부 상환하면서 재정지표는 기존 전망보다 개선됐습니다. 피치의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 전망은 2021년 47.8%에서 47.1%로, 2024년에는 약 58%에서 54%로 낮아졌습니다.
문제는 고령화입니다. 한국의 건전한 재정관리는 높게 평가하면서도 고령화에 따른 지출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 증가가 재정운용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위험의 정도는 재정지출에 따라 생산성이나 잠재성장률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달려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생산성과 성장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재정을 활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계와 기업의 건전성, 정책대응 등으로 위험을 비교적 잘 억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배경은 저금리와 주택공급 부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북 관계에 대해서도 현재 교착 상태에 있지만 긴장 수위는 안정세라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최근 한국은행이 통화긴축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올해 1차례와 내년 2차례 각각 25bp(1bp = 0.01%)씩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피치의 이 같은 전망에 따르면 현재 0.5%인 기준금리는 올해 0.75%, 내년에 1.25%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피치의 이번 신용등급 평가에 대해 "우리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탈과 강한 회복력에 대한 대외의 신뢰와 긍정적 시각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S&P와 무디스 등 3대 신용평가사
이어 "재정건전성과 성장잠재력 확충 등 중기 도전과제에 대한 국제신평사의 높은 관심도 함께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피치 등 국제신평사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우리의 정책대응 및 경제회복 동향 등을 적극 알리는 등 대외신인도 제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