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 감염은 기저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천식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코로나 증세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인식이 사실과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박혜정 교수팀이 천식 유무 및 중증도에 따른 코로나19 감염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천식 유무, 중증도 및 천식 약제 사용이 코로나 환자의 예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19일 밝혔다.
천식은 기침, 천명(쌕쌕거림), 가슴 답답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일반적으로 흡입형 코르티코스테로이드(ICS)를 투여해 치료한다. 하지만 천식 환자들은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에 따른 호흡기 감염위험으로 흡입제 사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세계천식기구(Global Initiative for Asthma)는 코로나19 기간에도 기존에 사용 중인 천식 약물(특히 ICS 및 경구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사용을 권장한다. 천식 약물 중단시 잠재적으로 위험한 천식 증상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권고를 뒷받침하는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국내 코로나19 발생 시점부터 지난해 5월까지 확진 판정된 코로나19 환자 7,590명 중 천식 환자 218명(2.9%)을 대상으로 천식 유무와 코로나19 감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코로나19 환자 의료비 청구 데이터'를 활용했다.
연구팀은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통해 나이, 성별, CCI(Charlson Comorbidity Index, CCI, 기저질환지표) 점수 등 코로나 감염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변수를 보정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변수를 보정하기 전, 천식 유무 및 중증도는 코로나19 감염 예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였지만, 변수 보정 후 천식 유무는 코로나 감염 후 사망률, 중환자실 입실, 입원기간 및 의료비용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코로나 환자 대비 천식 환자의 사망률 및 중환자실 입실에 대한 오즈비(Odds Ratio, 집단 비교시 연관 강도를 정량화한 수치)는 각각 1.317(95% 신뢰구간 0.708-2.452, P-value 0.385)과 0.656(95% 신뢰구간 0.295-1.460, P-value 0.302)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두 집단 간 입원기간과 의료비용에 대한 베타계수(집단 비교시 특정 항목에 대한 민감도를 나타내는 수치)도 각각 0.342(95% 신뢰구간 -1.993-1.309, P-value 0.685), 524,590(95% 신뢰구간 -384,769-1,433,949, P-value 0.258)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또한 연구팀은 천식 환자의 약제 투여 기간에 따라 나누어 동일한 변수를 보정하고 분석했다. 천식 환자에서 최근 1년 또는 최근 2개월 내 천식 약제 사용력은 다른 변수들을 보정했을 때, 중환자실 입실, 입원 기간 및 의료비용 역시 통계학적인 차이는 없었다.
박혜정 교수는 "여러 변수 보정시, 천식 환자가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 코로나 감염 예후가 특별히 안 좋다는 근거는 부족하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천식 약제 사용 역시 코로나 예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갑작스러운 천식 약제 중단은 오히려 천식 악화를 조장할 수 있어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천식 환자는 끊임없이 코로나 감염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개인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명한 호흡기 국제학술지인 'European Respiratory Journal(유럽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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