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쉐 타이칸 [사진 출처 = 포르쉐] |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폭발하면서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명품 소비 트렌드가 수입차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작용해서다.
보복소비에 수입차 주류도 3000만원대에서 5000만원대를 넘어 1억원대로 향하고 있다.
매경닷컴이 1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한 2015~2021년 상반기 수입차 가격별 등록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 5000만원 이상 수입차가 시장을 주도했다. 이 중 5000만원대 수입차보다는 6000만원대 수입차가 대세를 형성했다. 1억원대 이상 수입차도 판매가 급증하면서 주류에 합류할 태세다.
반면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었던 3000만~5000만원 미만 수입차는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주류에서 밀려났다.
↑ 폭스바겐 티록 [사진 출처 = 폭스바겐] |
대신 폭스바겐 제타가 2000만원대 수입차 리더로 자리잡았다. 제타 1.4 TSI(2949만원)는 올 상반기 2418대 판매됐다. 수입차 7위를 기록했다.
수입차 대중화를 주도한 3000만원대는 2015년 점유율이 25.31%에 달했다. 일본·미국·독일 브랜드가 중저가 수입차를 가져와서다.
혼다 CR-V, 도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폭스바겐 골프와 티구안, 포드 몬데오, 지프 레니게이드, 미니(MINI) 쿠퍼가 3000만원대 수입차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3000만원대 수입차 점유율은 2015년 25.3%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8.54%에 그쳤다. 올 상반기에는 6.84%로 주류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이 가격대에서는 폭스바겐과 미니(MINI) 일본 브랜드를 제치고 주도권을 가져갔다. 티록 2.0 TDI(3599만원)가 1631대 판매됐다. 미니의 경우 쿠퍼 5도어(3990만원)가 1356대, 미니 쿠퍼(3890만원)가 1030대 팔리면서 프리미엄 소형차 체면을 지켰다.
↑ 미니 컨버터블 [사진 출처 = 미니] |
지난해에는 16.43%로 소폭 증가했다. 4000만원대 폭스바겐 티구안이 1만대 넘게 판매된 게 점유율 증가에 영향을 줬다. 올 상반기에는 14.62%로 다시 감소했다.
이 가격대 주도권은 3000만원대 수입차 시장과 마찬가지로 폭스바겐과 미니가 잡았다. 폭스바겐 티구안 올스페이스(4901만원)다. 올 상반기 2280대 팔리면서 수입차 8위를 기록했다.
미니 쿠퍼 클럽맨(4200만원)은 1156대, 미니 쿠퍼 컨트리맨(4470만원)은 1065대 각각 판매됐다. 볼보 XC40 B4 AWD(4670만원)도 1508대 팔렸다.
↑ 벤츠 E클래스 [사진 출처 = 벤츠] |
이 가격대에서는 5000만원대보다는 6000만원대 위력이 컸다.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 10위 중 5개 차종이 6000만원대다. 메르세데스-벤츠 E250(6450만원)은 7253대로 지난해에 이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2위 BMW 520(6610만원)은 3738대, 4위 렉서스 ES300h(6110만원)는 3178대, 9위 포드 익스플로러 2.3(6020만원)은 2249대, 10위 아우디 A6 45 TFSI(6457만원)은 2192대 각각 판매됐다.
10위 안에 5000만원대 수입차는 단 1개 차종에 불과했다. BMW 320(5390만원)이 2551대 팔리면서 6위를 기록했다.
7000만~1억원대 수입차는 2015년 15.78%에서 지난해 24.41%로 높아졌다. 올 상반기에는 20.52%로 감소했다. 이 가격대에서도 6000만원대와 마찬가지로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주도권을 잡았다.
벤츠 E350 4매틱(8480만원)은 올 상반기 3660대 판매되면서 3위 자리에 올랐다. 5위를 기록한 BMW 530e(8090만원)는 3178대 팔렸다.
↑ 보복소비에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대수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롤스로이스, 벤츠, 람보르기니] |
포르쉐 주력 모델이 이 가격대에 해당한다. 포르쉐는 지난해에 전년보다 85% 증가한 7779대가 판매됐다. 올 상반기에는 5366대가 팔렸다. 지난해 판매대수 3분의 2 이상을 반년 만에 판 셈이다.
포르쉐 판매 1위 차종은 카이엔 쿠페(1억1630만원)다. 1069대 판매됐다. 카이엔(1억660만원)은 937대, 타이칸 4S(1억4560만원)는 802대 각각 판매됐다.
벤츠와 BMW도 1억 이상 차종에서 재미를 봤다. 벤츠 CLS 450 4매틱(1억1160만원)은 2171대, GLE 400d 4매틱 쿠페(1억2060만원)는 1751대, GLE 450 4매틱(1억1860만원)은 1091대 각각 판매됐다.
BMW X7 4.0(1억3180만원)도 1524대, X6 4.0(1억1940만원)은 1212대, X5 4.0(1억1540만원)는 1183대 각각 팔렸다.
↑ 람보르기니 우루스 [사진 출처 = 람보르기니] |
플래그십 세단인 벤츠 S클래스는 물론 벤틀리, 람보르기니, 메르세데스-AMG 등 고성능·럭셔리 브랜드가 내놓은 2억원대 차량이 성장세를 주도했다.
수입차 플래그십 세단 대표주자인 벤츠 S580 4매틱(2억1860만원)은 1991대 팔렸다. 1억5000만원 이상 수입차 전체 판매대수 4분의 1 가량을 담당했다. 벤츠 고성능 모델인 메르세데스-AMG G63(2억1760만원)도 915대 팔렸다.
3억원 이상 차량을 주로 내놨던 초고성능·럭셔리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2억원대 차량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럭셔리 명차 브랜드인 벤틀리는 지난해 296대를 판매했다. 국내에서는 2개 차종만 내놨지만 전년(129대)보다 2배 이상 판매가 늘었다.
국내 판매 3개 차종 모두 2억원대인 올 상반기에는 전년동기보다 49% 증가한 208대가 판매됐다.
효자는 플라잉스퍼 V8(2억5503만원)이다. 판매대수는 113대다.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는 지난해에 전년보다 75.1% 증가한 303대를 팔았다. 올 상반기에도 전년동기보다 32% 늘어난 180대를 판매했다. 10대 중 7대 이상이 우루스(2억5768만원) 몫이었다.
4억원 이상 줘야 하는 롤스로이스도 올 상반기 124대 팔렸다. 전년동기보다 61% 증가했다. 롤스로이스 1위 차종은 컬리넌(4억7460만원)으로 37대 판매됐다.
↑ 벤틀리 플라잉스퍼 V8 [사진 출처 = 벤틀리] |
베블런 효과는 사회적 지위나 부를 과시하기 위해 가격이 더 비싼 물건을 흔쾌히 구입하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 강남에서 쏘나타처럼 흔히 보인다는 뜻에서 붙은 '강남 쏘나타' 차종이 렉서스 ES에서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로 넘어간 것도 베블런 효과로 분석한다.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도 이제는 흔해져 더 비싸고 폼 나는 차종을 찾는다.
코로나19 사태로 돈 쓸 일이 줄어든 고소득층이 억대 고급차를 적극 구매하는 경향도 있다. '폼생폼사'를 위해 연소득이나
여기에 '업무용'이라며 법인 명의로 고성능 스포츠카나 슈퍼카를 구입한 뒤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회사 찬스'가 확산된 것도 억소리 나는 수입차 판매 증가에 영향을 줬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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