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금 시장 52% 차지…'벼락거지' 피한다
"코인은 변동성이 너무 크고 주식은 지금이 고점이라…안전 자산 금 투자 시작했어요."
서울에 사는 27살 직장인 이 모 씨는 지난 5월부터 금 펀드를 시작했습니다. 이 씨는 "아직 이렇다 할 수익이 나지는 않았다"면서도 "주변에서 금을 '안전 자산'이라고 권유해 장기 투자할 계획으로 매입하기 시작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금 매매가 늘어나면서 올해 상반기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의 누적 거래 대금은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오늘(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KRX 금 시장의 누적 거래 대금은 1조16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7,103억 원)보다 43% 증가했습니다. 거래량은 지난해 상반기(11.1t)보다 40.3% 증가한 15.5t 규모입니다.
거래는 활발해졌으나 금값은 약세를 보입니다. 지난달 30일 KRX 금 시장의 1g당 시세는 6만 4,120원으로, 지난해 말(6만 6,370원)보다 3.4% 떨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금값 약세 원인에 대해 ▲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 ▲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상 조짐을 꼽았습니다.
금은 이자가 없기에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이 당연한 데도 거래가 늘어난 이유는 "쌀 때 사두자"라는 저가 매수 심리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 낮은 거래 비용이 겹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KRX 금 시장은 매매차익에 부과되는 세금이 없고 장내 거래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며 "개인투자자 거래 수수료도 0.3% 정도로 적은 수준이고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이용하면 주식처럼 안전하고 편리하게 매매 가능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인플레이션 우려와 코로나19의 델타 변이 확산, 암호화폐 급등락 등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자산이 중요해지면서 금을 투자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늘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특히 젊은 투자자의 금 시장 유입이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지난 3월 기준 금 시장 투자자에서 20대 이하가 18.0%, 30대가 34.0%를 차지하며 2030을 합치면 절반이 넘는 52%가량에 달했습니다.
2030의 금 거래 비중 증가 원인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재테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하며 초기 자금이 막대한 부동산을 제외하고 주식, 암호화폐, 금에 돌아가면서 젊은 세대가 몰리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1g 단위 소액 투자가 가능해 주식 투자를 하듯 금에 투자가 가능한 점도 젊은 층이 몰린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특히 금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식과 암호화폐가 급등세를 보인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오르면서 메리트가 부각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금 시세는 지난해 8월 g당 7만 8,840원을 정점을 달리다 주식과 암호화폐 열풍이 분 지난해 11월에 6만 3,38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펀드도 마냥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한 재테크 전문가는 "금도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며 "금값이 많이 올랐다고 해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실제 상승한 것보다 적은 수익률이 나올 수 있다. 골드바의 경우엔 살 때 부가가치세 10%를 떼고, 평균 5% 안팎의 수수료도 내야 하기 때문에 금값이 15% 이상 오르지 않으면 되팔아도 수익을 챙길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