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vs 세무사 갈등일지 |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세무사 자격을 자동 취득한 변호사가 세무 대리업무를 허용하되 장부 작성과 성실 신고확인은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세무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 변호사가 세무 대리 업무를 할 때는 1개월의 사전 실무 교육을 받도록 했다.
종전까지 한국세무사협회 등 세무사 단체는 변호사에게 세무 대리 업무를 허용해도 장부 작성과 성실 신고 확인 업무만큼은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업무 영역을 놓고 정면 충돌한 변호사와 세무사 가운데 세무사 측이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세무사들이 하는 세무 대리업무는 세금을 신고할 때 기업회계를 세무회계로 전환하는 세무조정을 비롯해 조세상담, 신고·신청 대리, 신고서류 확인 등 크게 8개로 쪼개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세무사들 주력 일감은 장부작성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다. 즉, 사업자가 세금 신고할 때 필요한 회계장부를 세무사가 대신 작성해주거나 연 수입 5억 이상 사업자가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장부 내용을 세무사에게 확인받는 일이다.
국회에서는 변호사에게 세무 대리 업무를 어디까지 허용하는지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조세소위 의결에 세무사들은 일제히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 세무사는 "시대 흐름에 따라 전문 자격제도가 전문화하고 있는데 변호사가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변호사가 세무대리 활동을 하면 세법 해석, 적용 전문성을 바탕으로 납세자 재산권과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며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집단의 해묵은 갈등은 17년 전부터 시작됐다. 2003년 이전에는 변호사 자격을 따면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부여 받았고 세무사로 등록도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12월 세무사법 개정으로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만 세무사로 등록할 수 있게 됐고, 자동으로 자격을 부여받은 변호사들은 등록을 할 수 없어 세무 대리업무를 하지 못하게 됐다. 2017년 12월에는 변호사 자격을 따도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지 못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잇따른 입지 축소에 변호사들은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한 세무사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는 2018년 4월 '세무사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취지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19년 12월까지 관련 법을 고치라고 결정했지만 지난해 법 개정을 놓고 변호사·세무사간 치열한 갈등이 불거졌고, 결국 세무사법 개정안은 자동
세무사로 등록할 수 있는 근거법이 사라지며 현재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변호사와 신규 세무사들은 기획재정부 예규로 관리번호를 받아 임시로 세무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조세소위를 통과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같은 법무 공백 사태도 일단락될 전망이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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