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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전체 어선원의 4.5%에 해당하는 대형어선 선원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이 정부·선주와의 협의에서 나머지 95% 중소형어선 선원에 대한 '선원법' 적용을 거부했다. 선원법을 적용하면 근로기준법보다 40만원 높은 최저임금(월 224만9500원)이 책정된다. 선주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자신들의 처우 개선에 악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한 노조가 중소형어선의 임금 인상을 반대해버린 것이다.
29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원회는 지난 18일 5차 전체회의까지 진행한 현재 모든 어선원에게 선원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2월 국회 농해수위에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선주단체와 선원노련 등 이견을 좁혀나가 20t 미만 어선의 근로자를 해수부가 근로감독 하겠다고 밝힌 지 약 4개월 만이다.
임금 인상 부담을 지게 되는 사용자 위원 측의 반대는 예상됐던 바지만, 더 큰 난관은 근로자 위원 측의 반대였다. 20t 이상 대형어선 선원을 대표하는 노조인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이 반발의 중심이다. 선원노련 관계자는 "20t 미만 어선의 선주(사용자)들은 선원법 적용을 받게 되면 근로 기준을 제대로 지킬 수 없어 충돌도 많아지고 반발도 극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체 4.5%에 불과한 20t 이상 어선원들의 근로 조건도 상선에 비해 매우 열악해 선원법 자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일단 노조에 가입한 20톤 이상 어선 선원의 처우부터 개선하고 이후 중소형어선을 살펴보는 게 순서상 맞다"고 강조했다.
현재 어선원들의 근로 조건과 관련해 적용되는 법은 선박 톤수에 따라 해양수산부가 관할하는 선원법과 고용노동부가 관할하는 근로기준법 등으로 이원화돼있다. 원양어선과 20t 이상 어선은 선원법 적용을 받으며 20t 미만 연근해어선은 선원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어선원 급여는 단순 계산 시 최저임금과 마찬가지로 182만2480원이다. 그러나 선원법에 따라 해수부 장관이 고시하는 선원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어선원의 급여는 224만 9500원이다. 40만원 가량의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소형 어선들이 당일치기로 조업을 하고 오는 등 사실상 육상과 다를 바 없는 근로 형태를 띠고 있어 근로기준법을 적용한 측면이 있었다"며 "하지만 20톤 미만 어선들도 시설·장비가 현대화하면서 더 먼 바다에서 장기간 조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에 법 적용에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미 더 나은 처우를 받고 있는 대형어선 선원 노조가 노조원만 챙기면서 대다수 중소형어선 선원들은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어선 수는 약 6만5000척으로 이중 선원법 적용을 받고 있는 대형어선은 2500여척에 불과하다. 20톤 미만 중소형어선은 전체 연근해어선의 약 95%, 약 6만2500여척에 달한다. 노사정 대화의 장에서 정작 어선 근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t 미만 어선원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노조만 큰 소리를 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노조 관계자는 "20t 미만 어선의 경우 1인 조업, 가족 조업 등 노사관계가 정립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노조가 관여할 부분이 적다"고 항변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선원법 확대는 달갑지 않다. 송환수당을 비롯해 퇴직금이나 선원 휴가 등 각종 비용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근로계약서를 행정관청에 신고해야 하는 등 규제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노조와 사용자 모두에게 외면 받은 20t 미만 선원의 근로조건 개선은 올해 11월 위원회 논의가 끝날 때까지 테이블에 오르지 못할 전망이다. 결국 위원회는 차선책으로 어선원들의 안전보건 문제만 논의하고 있다. 현재 어선원 안전보건을 감독하는 권한을 해양수산부로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위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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