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 K8이 4050 남성 파워에 힘입어 계약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 제공=기아] |
K8은 준대형 세단 K7 후속 모델이다. 그랜저는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 E세그먼트(Executive cars, 프리미엄 중형·준대형차급) 차종들과 경쟁한다.
27일 복수의 기아 영업소 및 마케팅 관련 관계자에 따르면 K8은 지난달 1만3000여대가 계약됐다. 같은 달 그랜저 계약대수는 1만여대 미만으로 알려졌다.
K8은 사전 계약에서도 그랜저를 이겼다. 지난 3월23일 사전 계약 첫날 1만8015대 계약됐다. 기아 세단 역대 최다 실적이다.
2019년 11월 출시한 3세대 K5이 세웠던 사전 계약 신기록 대수인 7003대보다 1만1012대 많았다. 또 지난해 K7 국내 판매대수 4만1048대의 절반 정도를 하루 만에 달성했다.
↑ 기아 K8 [사진 제공=기아] |
계약대수와 달리 판매대수에서는 그랜저에 졌다. 두 차종이 진검승부에 들어간 지난 4월 K8은 5017대, 그랜저는 9684대 각각 판매됐다. 표면적으로는 그랜저 승리다.
그러나 그랜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4% 판매대수가 줄었다. K8 출시가 그랜저에 일격을 가한 셈이다.
↑ 기아 K8 [사진 제공=기아] |
K8은 이달에는 지난달보다 많은 1만4000여대가 계약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1만대 넘게 계약됐다.
그랜저도 반격에 나섰다. 지난 11일 고객 선호 사양과 신규 인테리어 컬러를 채택한 스페셜 트림 ‘르블랑(Le Blanc)’과 안전 편의 사양을 확대 적용한 ‘2021 그랜저’로 계약이 탄력을 받고 있다. 그랜저 계약대수도 27일 기준 1만대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랜저와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K8의 가장 큰 문제는 출고 적체다. 두달 연속 계약대수가 생산대수보다 2배 이상 많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출고 적체 현상도 심해질 전망이다. 반도체 대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기아 첫 전용 전기차인 EV6까지 화성3공장에서 생산되면 K8 생산대수는 더 줄어들 수 있다.
기아는 이에 K8 노블레스 트림 구매자들이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를 제외하면 가격을 40만원까지 깎아주고 출고 시점도 앞당겨주는 마이너스 옵션을 채택했다. 두 옵션을 선택하면 주문한 뒤 4~6개월은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 기아 K8 하이브리드 시스템 [사진 제공=기아] |
성별로 살펴보면 계약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남성이다. K8이 패밀리카로 준대형 이상 세단을 선호하는 남성을 사로잡았다는 뜻이다.
계약대수 기준으로 엔진·트림별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 계약자 10명 중 4명은 2.5 가솔린 모델을 선택했다. 10명 중 3명 이상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계약했다. LPG 모델과 3.5 가솔린 모델 계약자는 각각 1명 안팎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지난 4일 공식 판매에 들어간 뒤 계약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계약된 K8 10대 중 6대 가량이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 기아 K8 인테리어 [사진 제공=기아] |
마이너스 옵션인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는 시그니처 기본 사양이다. 시그니처를 선택하면 대기 기간이 길어진다. 노블레스는 10명 중 4명 가량이 골랐다. 가격은 3510만3929만원이다.
색상·옵션별 선호도는 누적 판매대수 기준으로 분석했다. K8 외장 컬러는 6가지다. 이 중 유일하게 검정 계열인 오로라 블랙 펄 비중이 35~40% 정도로 가장 높다. 인터스텔라 그레이는 30% 정도, 스노우 화이트 펄은 15% 안팎이다.
구매자들이 가장 선호한 옵션은 12.3인치 UVO 내비게이션(패키지 가격 150만원, 노블레스 이상 기본 사양)이다. 구매자 거의 모두가 선택했다.
구매자 10명 기준으로 사고 예방 안전 사양인 드라이브와이즈(80만~120만원)는 8명, 전자제어 서스펜션(90만원)은 6명이 채택했다.
에르고 모션 시트와 3존 공조 등으로 구성된 컴포트(70만원), 턴 시그널과 18인치 휠 등으로 이뤄진 스타일(100만원)은 각각 5명이 선택했다.
편의사양인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스마트 커넥트(빌트인캠, 보조배터리 등)로 구성된 패키지(160만원)는 4명, 14개 스피커를 포함한 메르디안 프리미엄 사운드(85만원)는 3명이 골랐다.
↑ 기아 K8 [사진 촬영=최기성 기자] |
경제력을 갖춘 40~50대 남성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높은 고급 트림과 프리미엄 안전·편의 사양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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