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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르메스 전시회에 등장한 1935년경의 시티백 (1956년부터 켈리백으로 개명). [사진 = 방영덕 기자] |
"내가 에르메스 가방 제작 과정을 유튜브로 봤거든. 송곳으로 가죽 장식품 부칠 자리만 톡톡톡 찍어두더라고. 이 조그만 가죽도 일일이 잘라서 붙였을거야."
지난 26일 서울 성수동에 마련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가방 전시회'. 이 곳에서 마주친 20대들은 꽤 진지한 표정으로 가방을 들여다보며 이같은 대화를 나눴다.
물론 가격 얘기가 나오자 "너네 집 값보다 비쌀 걸" 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들은 값비싼 에르메스 가방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것을 잊지 않았다.
'찰칵찰칵'. 이날 기자가 방문한 에르메스 가방 전시장 곳곳에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소리가 연신 들렸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것을 찾아 헤매는 2030세대에게 이만한 전시장이 또 있을까.
명품 중에서도 하이엔드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 가방 한정판 전시회 장에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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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수동 디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에르메스 가방 전시회 모습 [사진 = 방영덕 기자] |
20세기 초부터 현재를 아우르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에르메스 가방의 역사와 디자인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180년이 넘는 브랜드 스토리를 담은 에르메스 컬렉션 50여개 소장품을 통해서다. 내달 6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장 주말 예약은 이미 꽉 찬 상태다.
2030세대가 고가 명품 전시회장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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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동 디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에르메스 가방 전시회 모습 [사진 = 방영덕 기자] |
고가에도 대기 인원이 많아 '돈이 있어도 못 사는 상품'으로 유명하다. 매년 본사에서 버킨백과 켈리백의 공급량을 12만개 정도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에르메스 가방은 사실 구경하기조차 어렵다. 국내 백화점에서도 연간 수천만원의 소비 실적을 쌓은 VIP들에게만 구경하고, 살 기회를 주고 있다. 에르메스를 말할 때 명품 중에서도 명품이란 꼬리표가 달리는 이유다.
하지만 이 곳 전시회장에서는 켈리백과 버킨백을 누구나 실컷 구경할 수 있다. 게다가 무료다.
에르메스는 사전 예약을 하면 전시회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현장에서 만난 한 20대 관람객 어깨에는 은색 돗자리 가방이 들려 있었다. 전시회장 인근에 있는 서울숲에 놀러 가기전 에르메스 백을 공짜로 구경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잠시 방문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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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수동 디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에르메스 가방 전시회 모습 [사진 = 방영덕 기자] |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에르메스 전시회' 등으로 검색시 800여개에 달하는 사진들이 검색된다. 최근 배우 이요원씨가 해당 전시회장을 찾았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전시회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 사이 인기가 더 높아졌다.
전시회 주최인 에르메스 측에서도 2030 세대의 발걸음이 반갑다.
2030세대는 코로나 이후 명품 소비를 큰 폭으로 신장시키며 주소비층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명품업계에서는 코로나 시국에도 에르메스가 이같은 전시회를 연 배경에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 를 겨냥한 마케팅과 연관이 깊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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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수동 디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에르메스 가방 전시회 모습 [사진 = 방영덕 기자] |
이어 "전시회 방식도 에르메스만의 브랜드 스토리를 탄탄히, 또 고급스럽게 전달해 잠재적 소비자 내지는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에 기여하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일명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중 에르메스 코리아는 지난해 매출로 전년대비 15.8% 증가한 4191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5.9%, 15.8% 늘어난 1334억원, 986억원을 기록, 코로나로 전반적인 소비가 침체된 가운데 오히려 두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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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수동 디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에르메스 가방 전시회 모습 [사진 = 방영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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