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한다고 하면 집안 다 말아먹고, 빨간 딱지 붙고 그런 걸 상상하지만 직접 해보니 그런 것만은 아니던걸요."
비트코인으로 '한 방'을 노리는 MZ세대가 있는가하면 미래의 머스크를 꿈꾸며 워라밸을 포기하고 '노오력'하는 2030도 있다. 26일 오전 강남역 교육 소통 플랫폼 클라썸 오피스에서 만난 이채린 대표(25)와 최유진 부대표(29)가 그 주인공이다. 이날 만난 둘은 덤덤하게 자신들의 창업'썰'을 들려줬다.
창업 4년차 이 대표와 최 대표는 각각 1996년생, 1992년생으로 25명정도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해마다 선정하는 '아시아 30세 이하 차세대 리더 30인에 꼽히기도 했다. 최근엔 실리콘밸리 투자사 등에서 60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대표는 "저 개인이 아닌 클라썸 팀 전체가 사회에서 어느정도 인정을 받은 느낌"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현재 클라썸은 전 세계 23개국 4000여개 기관이 사용하는 교육 소통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카이스트· 경희대·이화여대·인천광역시교육청 등 교육기관과 더불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DB손해보험·시세이도·월드비전 등 글로벌 기관에서 유료 도입했다. 2018년 정식 서비스 출시 후 3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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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강남구 클라썸 사무실에서 만난 이채린 대표(왼쪽)와 최유진 부대표. |
이 대표와 최 부대표는 2016년 카이스트에서 창업원 선생님의 소개로 만난 사이로, 한 시간만에 서로 공동 창업자가 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만큼 합이 잘 맞았던 것. 이 둘은 창업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닌 교육 환경을 바꿔보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시작했다.
최 부대표는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니까 창업을 같이 해도 되겠다고 생각해 한 시간만에 결정하고 바로 다음 날부터 밤을 새워 사업 구상을 했다"며 "인생에 중요한 결정을 너무 빨리 했나"라며 웃어 보였다.
이 대표는 2016년 카이스트 전산학부 재학 시절 과대표로서 과목별 톡방을 운영했다. 과목별 톡방은 학생들이 질문을 자유롭게 못하는 경직된 수업 분위기 속 수많은 '아싸(아웃사이더)들의 희망'이 됐다. 톡방에서 학생들이 궁금한 점을 서로 물어보고 과목 공지를 확인하면서 서로 정보를 편하게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4개로 시작한 전산학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옆 학과로, 더 나아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까지 퍼지게 됐다"며 "톡방을 개설해서 운영하다보니 플랫폼화 시킨다면 문제 해결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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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방문한 클라썸 사무실 모습. 편하게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
20대 초반 대학생의 신분으로 창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 대표는 창업한 선배들의 성공담 뿐 아니라 실패 경험을 들으면서 배워나갔다. 위인전에 나올만큼 큰 성공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목표를 묵묵하게 달성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창업을 시도할 만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사업을 시작할 때 사람이나 자본을 모으는 비결을 묻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본질에 집중하다보니 돈은 저절로 따라왔던 것 같고, 사람들을 모을 때는 제가 검증한 가설들을 보여드렸고 앞으로의 목표를 확실하게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와 최 대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대표는 클라썸과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회사 내 대표, 팀장, 팀원 등 각 층의 사람들을 만나 경험담을 나눴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각 직급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달라진다는 것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 역시 관심있는 사업가들의 강연을 찾아가고, 메일을 보내 만남을 갖기도 했다.
또 공신력있는 곳에서 상을 받은 것들도 사람들을 설득할 시간을 줄이는데 확실히 일조했다. 클라썸팀은 마이크로소프트 이매진컵에 아시아 대표로 참여하기도 했고,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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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방문한 클라썸 사무실 내부 모습. |
이 대표는 20대 초반 창업을 시작하면서 다짐한 것이 하나 있다고 했다. 자신을 제로 베이스로 두고 무조건 배워보고자 하는 자세였다.
20대 CEO로서 어려운 점을 묻는 말에도 이 대표는 "나이에 상관없이 상대방에게 배울 수 있는 점이 있으면 빨리 흡수하고자 했다"며 "제가 20대로서 패기가 있다면 시니어분들은 그만큼의 노련함이 있어 겪지 않아도 될 시행착오들을 피할 수 있도록 해주신다"고 답했다.
이는 회사 내 분위기에도 반영됐다. 클라썸 팀원들은 모두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한다고 한다. 경영진이 어리다는 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외려 실수를 빨리 인정하는 문화를 자리잡도록 하는데 일조했다.
최 부대표는 "회사 내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실수에 대한 인정이 빠르다"라면서 "경영이 처음이라 모르는 게 많은 게 당연하고, 정답은 없다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MZ답게 팀원들 간 워라밸에 대해 허심탄회한 얘기도 나눈다.
최 부대표는 "일과 삶이 분리된다는 것 자체가 회사에서 일하는 게 즐겁지 않다는 걸 의미하지 않겠나"라며 "회사에 출근해서도 자신이 성장하고 있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워라밸'이란 단어자체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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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클라썸 홈페이지 캡처] |
이들의 취미 역시 회사와 맞닿아 있었다. 취미가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 이 대표는 창업과 관련된 책을 읽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창업 2~3년차에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매일이 밤샘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최 부대표는 도자기, 가죽 공예들을 한다고 했다. 최 부대표는 "우리가 하는 일이 이미 있는 걸 따라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다보니 창의성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취미를 만들었다"며 "뇌를 외려 쉬어줘야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제2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20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 대표는 "하나의 기업이 특정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8~1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며 "처음에 2~3년 해보고 실패했다고 결론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정말 인생을 걸고 하고 싶은 일이신지 충분한 고민을 거쳐야 한다"며 "사업을 하기 전 가설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부대표는 "창업이란 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든 것은 맞는다"며 "스타트업이 대부분 J자형으로
그러면서 "요즘엔 실패가 단순히 실패가 아니라 경험으로서 값을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 같다"며 "인생을 걸어보고 싶다는 패기로 도전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1derlan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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