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토일렛/비데 플랫폼(smart toilet/bidet platform)을 통해 배뇨, 배변 데이터를 취합해 정밀 건강 진단 및 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송도병원 골반저센터 원대연 센터장(대장항문외과 전문의)은 스탠포드대 연구팀과 이 플랫폼을 공동 개발해 세계적 의학저널인 네이처 자매지 'Nature Reviews Gastroenterology & Hepatology(영향력지수 29.8)' 최근호에 게재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플랫폼은 'Digital biomarkers in human excreta'로 명명됐고 스탠퍼드대 비뇨의학과 조셉 리아오 교수, 박승민 수석 연구원, 레지던트 제시 줴, 서울송도병원 이종균 이사장(대장항문외과 전문의)등이 함께 연구에 참여했다.
바이오마커(biomarker, 생체 표지자)는 병원 진료에서 일상적으로 쓰일 만큼 중요한 검사가 됐고 질병진단과 치료방향 설정에 도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건강에서 중요한 화장실에 까지 적용영역이 확대됐다. 디지털 바이오마커 기술은 그 동안 아쉽게도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손목 밴드에 국한된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은 "스마트 토일렛/비데는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배변/배뇨 활동 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고 주사바늘이 필요한 피검사와 다르게 침습적이지 않으며, 일상생활을 방해하지 않고 자동화된 분석을 통해 소화기 및 비뇨기 관련 정밀한 건강관리를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마트 토일렛/비데는 대변과 소변의 양상을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자동 분석한다. 바이오 센서를 통해 환자 배변상태, 모양, 색, 횟수 등이 집계되며 스마트 배변 일기 형태로 취합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화된 배변 정보는 의료진들에게 더 정확한 디지털 바이오마커 데이터로 전달될 수 있다.
원대연 센터장은 "배변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마치 컬러 텔레비전이 처음 개발된 것처럼 진료 현장에 다양한 증상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고, 스마트 배변 일기는 전체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장 질환 환자 및 고령 환자 관리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대장암의 경우 혈변 또는 점액질 변이 전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환자가 대변 상태를 확인하기 전 스마트 토일렛이 미리 감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크론병 또는 궤양성 대장염을 포함한 염증성 장 질환은 약효가 떨어지거나 질병이 악화되는 시기에 배변 증상이 악화되는 데, 배변 디지털 바이오 마커를 이용해 의료진은 약물 조절 및 추가가 가능하다. 변비와 설사가 왔다 갔다 하는 혼합형 과민성 대장증후군 또는 장 수술 후 정밀한 배변 증상 관리 및 배변 약물 조절이 가능해진다. 원대연 골반저센터장은 "스마트 토일렛/비데라는 좋은 플렛폼의 장점을 이용해 만성 장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우들을 위해 대장항문 질환의 새로운 진단 및 관리 모델을 적용하고 싶다. 앞으로도 서울송도병원은 지식기반 의료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 전문병원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승민 연구원은 "스마트 토일렛/비데 플랫폼은 인공지능 기술과 함께 스마트 IoT 시스템을 통해 분절화된 집과 병원을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홈에 설치된 스마트 베드, 스마트 화장실 등을 통해 디지털 바이오마커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건강 상태를 감지할 수 있다. 박승민 연구원은 "스마트 밴드 기술을 통해 코로나 증상을 조기 감지할 수 있다는 연구처럼, 코로나에 의한 설사와 같은 배변 증상도 감지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박승민 수석 연구원과 원대연 골반저센터장은 조기암 진단의 대가인 샘 갬히르(Sam Gambhir)교수와 함께 연구하며 스마트 토일렛/비데를 주도적으로 개발했다. 샘 갬히르 교수는 안타깝게도 아들을 뇌암으로 잃은 뒤에 본인도 암으로 지난해 작고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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