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피취차(去彼取此),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이 문구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먼 곳에 있는 뜬구름보다 가까이에 있는 생생한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세계관의 변화, 더 나아가 삶의 틀을 바꾸는 '패러다임 시프트'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재테크 시장에도 거피취차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그동안은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풀린 유동성이 밀물처럼 차올랐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전 인류가 함께 맞선 덕분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밀물이 차오를수록 썰물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계속 높아진다. 시점의 문제다. 밀물이 계속 들면 결국 썰물로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
급기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주식 등 자산 가격 급등에 따른 금융위험이 커져 이제는 자산 가격 하락을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연준은 2021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위험 감수 성향이 떨어질 경우 자산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상승의 시기에는 위험 감수 성향이 높아진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가상화폐든 같이 오르는 시기에는 어디에 돈을 넣어둬도 이득을 보기 쉽다. 위험을 분석해 신중히 투자하는 것보다는 그 시간을 아껴 어떤 곳에라도 어서 빨리 투자하는게 낫다. 당연히 위험에 둔감해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밀물이 썰물로 빠져나가듯 언제든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다. 높이 올라갈수록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그 시기를 정확히 알 수만 있다면 괜찮다. 하락 직전에 미리 돈을 거둬들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방향 전환을 미리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확히 맞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속으로는 '운이 참 좋았네'라고 말한다. 겸손을 마다하고 끝까지 자만한 사람은 다음번 투자에서 그 운을 잃기 십상이다.
거피취차의 시기에는 반대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사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파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풀린 유동성은 경제를 떠받드는데 목적이 있었다. 이제는 백신이 나와 서서히 위기를 벗어나고 있다. 더이상 유동성 공급이 필요없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면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유동성을 거둬들인다. 그런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조용히 유동성을 거둬들인다. 시장에 있는 선수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책 당국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혹시라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긴축과 금리 인상이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에 배제되지 않으려 애쓴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긴축과 금리 인상 조짐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시장이 요동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요즘은 기술이 발달
지금은 사는 것보다 파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시점이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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