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6일 코스피가 장중 3000선을 돌파한 모습.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 = 매일경제 |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주가지수 구성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가 재개됐습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기법입니다. 일단 주식을 빌려서 판 뒤 값이 떨어지면 낮은 가격에 주식을 되사서 갚는 방식입니다. 주가가 오르면 손해를 봅니다.
주식도 없이 약속만으로 파는 무차입 공매도와 주식을 빌려서 파는 차입 공매도가 있는데, 국내에서는 무차입 공매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기관투자자가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벌이고 적발이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개인투자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이끈다는 믿음 때문에 금융당국의 공매도 재개 방침에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 정부의 공매도 재개 방침에 항의하는 개인투자자 단체의 버스 광고 / 사진 =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
금융당국은 앞서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급락을 막기 위해 지난해 3월 16일부터 6개월 동안 공매도를 금지한 뒤 두 차례 연장했습니다. 한국 증시 역사상 3번째로 이뤄진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는 약 1년 2개월가량 이어져 최장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번 공매도 재개 전에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도 개인 대주제도를 통해 공매도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증권금융이나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려 공매도 투자를 할 수 있는데, 확보된 주식 물량은 대략 2조 4천억 원 규모입니다.
공매도 투자가 전문성을 필요로하는 고위험 투자인만큼, 개인투자자는 금융투자협회의 30분짜리 사전 교육을 받고 1시간가량 거래소 모의 투자를 하도록 했습니다. 증권사별 거래 규모도 제한됩니다.
지난달 30일 기준 사전교육을 받은 개인 투자자는 1만 3천여 명으로 모의 투자까지 한 사람도 5천 명 정도입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공매도 재개 첫 날 열린 '제39차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금감원·거래소 등과 시장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는 한편, 불법공매도 등 시장교란행위에 대해서는 법이 허용하는 최고 한도로 제재하는 등 적극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공매도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대차거래 잔고는 지난달 30일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대차거래 잔고는 56조 3405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주식 수 기준 14억 4251만 주로 이 또한 올해 최대 수준일 것으로 보입니다.
대차거래는 수수료를 받는 조건으로 주식을 빌려주면서 나중에 돌려받기로 약정하는 거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가 불법이므로 대차거래 없이 공매도도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대차거래 잔고가 상승하면 그만큼 공매도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대차거래는 상장지수펀드 설정과 환매, 환매조건부채권 거래 등 다른 용도에도 쓰이므로 공매도와 완전히 연동되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업종별 대차거래 잔고 금액은 전기·전자가 14조 1,389억 원으로 가장 많습니다. 화학이 6조 5,499억 원으로 뒤를 이었고 의약품 4조 3,028억 원, 운수장비 3조 7,257억 원 등이었습니다.
공매도 재개로 일부 종목은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여전합니다. 지난 주 코스피와 코스닥은 모두 약세를 보이며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습니다.
공매도 재개 대상인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지수는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각각 2.31%, 6.15% 내렸습니다.
다만, 공매도가 금지됐던 지난 2008년과 2011년 사례를 보면 재개 이후 주가는 결국 회복되는 모습을 보
2008년 8개월가량 금지됐던 공매도가 재개된 뒤 한 달 정도는 코스피가 0.5%, 코스닥은 7.0%가량 하락했지만 3개월 뒤 코스피는 14.7% 올랐습니다. 코스닥의 경우 해당 기간 3.4% 낙폭을 기록했지만, 초반 한 달 보다는 올랐습니다.
2011년 금지됐던 공매도 재개 후 3개월 뒤 등락률은 코스피가 5.0%, 코스닥이 2.3%였습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