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제공 = 삼성전자] |
파운드리 산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후발주자는 막대한 투자금을 감당해야 한다. 최신 반도체 생산을 위해선 그만큼 업그레이드된 장비가 필요하다. 인공지능(AI) 칩과 같은 첨단 반도체는 미세 공정인 5나노(nm, 나노는 10억분의 1) 이하 기술로 만든다. 이를 구현해주는 장비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인데 대당 가격이 2500억원에 이른다.
파운드리는 자체 반도체 제품을 출시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만 담당하는 회사)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반도체 생산 전문기업이다. 최근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파운드리 업계는 급증한 주문을 소화하지 못할 만큼 초호황기에 들어선 상태다.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인텔까지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한 배경이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는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TSMC가 절대적인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여전하지만, 삼성도 천문학적 금액 투자로 파운드리 확대를 선언하면서 TSMC를 바짝 쫓는 모양새다.
2019년 4월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히며 10년간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삼성이 미국과 한국에 역대급 투자계획을 조만간 공개한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우선 삼성은 지난달 미국 백악관회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미국 투자계획을 이달 중 확정·발표한다.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하는 제2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인근과 애리조나, 뉴욕 등을 후보지로 놓고 추가 공장 건설을 검토해왔으며 이 가운데 1공장이 있는 오스틴 지역이 유력한 상황이다.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진 평택캠퍼스 제3공장(P3)도 현재 공사 일정을 고려할 때 올 하반기에는 투자계획이 공식화될 전망이다. 초미세공정을 위해 대당 1700억∼2000억원에 달하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많이 쓰는 삼성전자의 라인 특성을 고려할 때 P3 전체 투자비가 40조∼5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전체 투자 규모도 각각 30조원 가량이 투입된 P1, P2보다 훨씬 클 것으로 관측된다.
↑ 장중머우 TSMC 창업자.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삼성의 파상공세에 앞서 TSMC도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히며 초격차 의지가 드러냈다. 지난달 1일 TSMC는 성명을 내고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약 110조)를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발표한 올해 280억 달러(약 31조원) 투자까지 합치면 4년간 144조원을 투자하는 격이다.
TSMC는 이미 파운드리 시장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1위다. 다만 7nm미터 이하 미세공정에서는 2위 삼성전자와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대형 고객사의 물량을 더 따내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TSMC는 대만과 미국 등에 신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특히 5nm 라인 확대 및 3nm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미세공정 핵심으로 꼽히는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에도 나선 상태다.
삼성전자 TSMC와 첨단공정 경쟁에서 패배를 선언했던 인텔도 파운드리 판에 복귀했다.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인텔은 지난달 말 오는 2024년까지 20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공장을 짓고,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가 설계한 반도체 생산뿐 아니라, 아마존이나 구글, 퀄컴 등 외부 고객사를 끌어들여 위탁생산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사진제공 = 인텔] |
현재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투자 확대를 두고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실적발표에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파운드리 투자 확대' 발언으로 촉발된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 계획에 대해서는 "8인치 파운드리 확대 관련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파운드리 사업에 대해 다양한 옵션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대만 TSMC 기술 수준의 파운드리 서비스를 해주면 좋겠다는 요청 사항이 있었다"며 "그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파운드리 육성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의 경우 업황에 따라 등락이 커 시스템반도체 대비 불안정하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부분은 27%에 불과해 확장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있다. 최근 시장 분위기도 SK하이닉스를 고민하게 했다. 반도체 부족 사태로 파운드리 업체들이 초호황을 맞이했다.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도 2019년(6615억원)대비 400억원 이상 매출이 오르면서 성장성을 입증했다.
인텔과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시장에 본격 가세하면서 가장 큰 관심을 쏟는 것은 TSMC과 삼성전자에 미칠 파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유보적이다. 생산능력 강화란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기존 파운드리 시장 구도에 의미 있는 파장을 일으키긴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5nm 공정을 확보하고 3nm 기술 개발에 들어간 TSMC나 삼성전자 기술력을 후발주자인 인텔이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의 200억 투자의 경우도 분명 많은 금액이지만 TSMC와 삼성전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이 규모라면 외부 위탁생산량은 많지 않을 것으보 보인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SK하아닉스도 '고려 중'이라는 입장이라 언제 본격적으로 파운드리에 뛰어들지 미지수다"며 "워낙 D램 등 메모리 반도체가 잘 되는 상황이라 이 부분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 의사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크다. 미세공정이 또 다른 부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TSMC와 겨루기위해서는 초미세공정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ASML의 EUV장비를 확보해야만하는데 이미 주문량이 내년 후년까지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이전에도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했으나 눈에 띄는 성과는 드러낸 적이 없다"면서도 "다만 반도체 업계에 큰 영향력과 파장을 미치는 기업은 확실한 만큼 상황을 주시해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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