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총수는 쿠팡"…美국적 김범석 동일인 지정 피했다

↑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제공 = 쿠팡]

'한국계 미국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임에도 동일인(총수) 지정을 피했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도 대기업집단 지정결과'를 발표하며 자산 5조원을 넘긴 쿠팡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쿠팡의 자산 총액은 작년 한해 5조8000억원으로 전년(3조1000억원) 대비 큰폭으로 높아졌다. 공정위는 다만 김 의장 대신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외국인은 총수로 지정하지 않는다는 선례에 따랐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외국계 기업인 S-OIL 역시 현재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있다.
쿠팡은 미국 법인인 쿠팡Inc의 자회사다. 쿠팡Inc는 김 의장의 지분율이 76.7%(차등의결권 적용 시)에 달한다.
동일인 지정이 안 된 김 의장은 동일인으로서 받는 다방면의 규제로부터 벗어나게 됐다.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시 부여되는 공시 의무 등이 대표적이다. 대신 쿠팡 총수로 지정된 쿠팡 국내 법인이 해당 법인과 산하 국내 계열사들의 거래만 공시하면 된다.
그 동안 쿠팡 동일인 지정 문제는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김 의장이 미국 국적을 이유로 동일인 지정이 안 되면 "검은 머리 외국인에게 특혜를 준다"는 논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그간의 사례, 현행 제도의 미비점, 계열회사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쿠팡을 동일인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다만 이번 지정을 계기로 동일인 정의와 요건, 동일인관련자 범위 등 지정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정위 측은 "정책환경이 변화해 외국인도 동일인으로 판단될 수 있는 사례가 발생했으나 현행 규제가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며 "따라서 당장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해 규제하기엔 실효성 등 일부 문제되는 측면이 있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수는 지난해(64개) 보다 7개 증가했고 소속회사 수는 지난해(2284개) 보다 328개 증가했다. 쿠팡,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해상화재보험, 중앙, 반도홀딩스, 대방건설, 엠디엠, 아이에스지주 등 8곳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신규 지정됐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