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척해진 이재용 법정 출석…변호인 "재판연기 배려 감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 간 부당한 합병을 지시·승인한 혐의로 재판이 열리는 서울고등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22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이날 오전 10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과 삼성 관계자 10명의 첫 공판을 연다.
이날 이 부회장은 검은색 정장에 노타이 차림으로 마스크를 쓴 채 재판이 시작되기 10여분 전 법원에 도착했다.
지난달 맹장 끝 충수 돌기에 염증이 발생하는 충수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고 1달간 입원 치료한 이 부회장은 이전보다 체중이 줄어 야윈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은 입원 도중 체중이 7~8kg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측은 "재판부가 피고인의 급박한 상황을 참작해 기일을 연기해줬다. 덕분에 피고인이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회복하고 있다"며 "재판부와 검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첫 공판은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지난 1월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달 25일로 미뤄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급성 충수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으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이 부회장은 수술을 받고 15일 구치소로 복귀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미래전략실 주도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고자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허위 호재를 공표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중요 사항을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판단해 지난해 9월 기소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당시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약 3주를 교환하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이에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후 지주사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합병을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로 규정하면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졌고, 회사들에도 긍정적 효과를 봤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승한 기자 winone@mkinter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