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의 성과평가 등 조직 건강도가 글로벌 최하위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 분석 결과 한은은 창의적인 조직 문화와 지식공유, 업무 평가 등 조직 건강도 평점에서 줄줄이 낙제점을 받았다. 패배적 조직문화도 만연한 것으로 나타나 조직 개혁을 놓고 파장이 예상된다.
20일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은으로부터 제출 받은 '한국은행 조직문화 진단 컨설팅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한은 조직 건강도는 총 38점(만점 100점)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중앙은행 등 글로벌 공공조직 823곳 평균에 비해 15점이 뒤쳐져 하위 10%에 속한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종합 평점을 산출하는 9개 항목 가운데 △조직 방향성(30점) △리더십(26점) △문화 및 분위기(34점) △책임소재(49점) △ 조직 조율 및 통제(23점) △혁신과 학습(19점) 등 6개 항목 점수가 글로벌 공공기관 중 하위 10%로 쳐지며 점수를 크게 끌어내렸다. △역량(71점) △동기부여(41점) △외부지향성(48점) 등 나머지 영역 점수도 하위 25%로 저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은이 맥킨지에 의뢰해 작성했다. 지난해 9~12월 맥킨지가 한은 구성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과 경영진 심층 인터뷰 내용 등을 바탕으로 했다. 설문에는 한은 구성원 총 2267명 중 1359명이 참여했다. 한은이 외부에 조직문화 관련 컨설팅을 맡긴 건 1999년 이후 21년만이다.
맥킨지 분석 결과 조직 정체, 관료주의, 불통이 한은을 장식하는 3대 키워드로 조사됐다. 세부 설문 결과에 따르면 '한은은 업무 수행의 성과와 이에 따른 승진 등 보상을 명확히 연계시켜 놓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5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직원 65%는 동기부여를 위해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봤다.
동기부여가 안되니 조직 혁신은 헛돌고 있다는 진단이다. 절반이 넘는 직원(52%)은 경영진 등 리더가 조직 혁신을 주도하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한은 구성원들은 조직 내에서 전문적으로 성장하기 어렵고 이를 위한 동기부여도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설문에 참여한 한은 직원은 "근무 평가 결과를 수년치 평균을 내 알려준다"며 "보상, 인사 등 모든 것의 기준이 평가인데 그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과도한 업무 비효율도 사기를 떨어트리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예를 들면 모든 의사소통이 모두 문서로 이뤄지는 점, 문서 수정을 연필로 하고 출력·재수정 과정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한은 직원은 "시대에 동떨어진 과거 업무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다 보니 5분만 투입하면 해결될 일에 반나절 가까이 시간을 들인다"고 비판했다.
전문성도 크게 떨어졌다. 2년 주기 순환근무가 전문성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외국 중앙은행의 경우 한 직무에서 20년까지 근무하는 경우도 있는데 2년은 주기가 너무 짧다는 내부 비판이 나온다. 황보 의원은 "이번 평가 결과는 한은만이 아닌 모든 공기업에 해당하는 사항일 것"이라며 "내부의 자발적인 쇄신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결과를 받아든 한은은 조직 문화를 탈바꿈하겠다고 나섰다. 한은은 경영인사 혁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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