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생명과학과 크리스탈지노믹스(이하 크리스탈)가 각자 개발중인 항암제에 대한 병용 임상시험을 둘러싸고 20일 설전을 벌였다. 논란의 단초는 이날 오전 크리스탈이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개발 및 판권을 보유한 '캄렐리주맙'에 대한 위암 임상 3상 시험계획 신청서(IND)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되었다"고 밝히면서 비롯됐다. 이는 전날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공시를 통해 자사가 보유한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과의 위암 1차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3상계획을 식약처에 제출했다고 한 것과 동일한 내용이다.
문제는 크리스탈이 자료에서 임상 신청 당사자를 적시하지 않은 채 '제출되었다'로 피동형으로 표현한 것을 일부 매체들이 '크리스탈이 임상시험 계획을 제출했다'고 능동 형태로 보도하면서 에이치엘비측 반발을 산 것이다. 임상계획 제출과 임상 시행 주체가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인데 크리스탈이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자료를 냈다는 것이다. 이에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즉각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려 "이번 임상시험 신청은 중국에서는 항서제약이, 한국에서는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국내 임상에는 항서제약과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이외에 다른 회사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캄렐리주맙 원개발자인 중국 항서제약과의 계약만으로 이번 임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판권을 가진) 크리스탈로부터 어떠한 허가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매체들은 크리스탈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기존 기사를 내리거나 수정을 가했고, 이에 크리스탈의 반격이 이어졌다. 크리스탈측 주장의 요점은 '캄렐리주맙의 국내 개발 및 판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에이치엘비가 우리 허가없이는 이번 임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캄렐리주맙이 국내에서 아직 승인된 물질이 아닌 만큼 에이치엘비가 임상을 하려면 항서제약으로부터 들여와야 하는데 국내에서 개발할 권리가 크리스탈에 있기 때문에 자신들을 거쳐야 한다는 논리다. 크리스탈 관계자는 "이번 임상 진행을 위해 항서제약, 에이치엘비측과 3자간 줌(ZOOM) 회의까지 열었고, 항서제약측에서 '이번 건을 허용해줄 수 있느냐' 묻길래 구두로 오케이를 해준 것"이라며 "아직 공식 서류로 허용해준 게 아니라서 지금이라도 우리가 불가를 통보하면 상대방은 임상을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국내 판권 보유를 감안해) 크리스탈측에 도의상 같이 임상을 해보자고 했지만 크리스탈이 스스로 안하겠다고 거부했다"며 "판매권한은 임상과는 완전 별개라 크리스탈의 사용승인이나 허가와 관계없이 이번 임상에는 권한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사태를 보는 업계의 시선은 따갑다. 각자 보유한 후보물질을 갖고 일정부분 협업하는 과정에서 주도권 확보 다툼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캄렐리주맙에 대한 국내 권리를 애초에 크리스탈이 아닌 에이치엘비가 가졌더라면 이같은 잡음없이 병용임상을 하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리보세라닙은 에이치엘비가 글로벌 권리를 보유한 표적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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