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현재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을 하루빨리 경영 일선에 복귀시켜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계 전체가 한 기업인의 사면을 건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부회장은 올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복역기간을 채우고 5년간 취업이 제한되는 2027년까지 경영 복귀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급변하는 세계 반도체시장이 이 부회장 복귀를 기다려줄 만큼 녹록하지 않다는 점이다.
'4차산업혁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공급부족 대란으로 지금 세계는 반도체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패널을 들고 19개 글로벌 기업에 대미 투자확대를 촉구했다. 이에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이자 삼성의 최대 라이벌인 대만 TSMC는 "올해 신규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화답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27개 유럽기업과 함께 시스템반도체에 36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2015년 '반도체굴기'를 선언한 중국 역시 2025년까지 자국내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내걸고 1조위안(약 172조원)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같은 세계 반도체 전쟁의 격랑을 헤쳐나가려면 정부가 이 부회장의 손발부터 풀어줘야 한다.
특히 다음달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부회장을 조기에 사면해 중책을 맡기는 것이 국익 차원에서도 올바른 선택이다.
이 부회장의 죄를 무조건 덮자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산업 발전을 위해 보답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재계 안팎에선 "삼성전자가 반도체 초격차를 위해 내달 중순쯤 미국과 한국에 최대 70조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공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만약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계획이 발표되면 정부로선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통 큰 선물을 주는 셈이 된다.
정부는 이를 지렛대 삼아 느슨해진 한미 동맹을 더 강화하고, 일본처럼 미국과의 산업기술 동맹을 구축하기 위한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지금처럼 교도소에 갇혀 있는 한 수십조 규모의 대규모 투자계획에 대한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그럴 경우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핵심전략산업인 반도체 산업 전체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 결국 반도체산업의 주도권마저 해외에 내줄 공산이 크다.
이런 최악의 사태를 피하려면 이 부회장 사면을 하루빨리 공론화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설득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관건은 정부에서 누가 '이 부회장 사면 건의'총대를 멜 것이냐다.
홍남기 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재계의 이 부회장 사면 건의와 관련해 "관계기관에 전달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주무부처 수장인 박범계 법무장관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나 사면 문제는 실무적으로 대통령이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은 이상 검토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각 부처 간에도 이 부회장 사면 건의를 놓고 엇박자가 난 것이다.
더구나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 정권의 핵심 지지층은 반기업 정서를 반영이라도 하듯 이 부회장 사면에 부정적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정부 인사들 중에서도 자신의 직을 걸 정도의 용기와 배짱을 갖지 않고선 '이 부회장 사면건의'라는 총대를 메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통합과 상생을 강조하는 김부겸 총리 지명자가 이 부회장 사면 여론을 가감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적임자로 손색이 없다.
실제로 김 총리 지명자는 올 초 발간한 공저 '기로에 선 한국경제'에서 "탁상공론이나 이념을 배제하고 실사구시의 관점에서 한국경제의 지속적 성장 방안을 고심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는 특히 "무엇이 한국 기업들로 하여금 투자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다시 경쟁력을 잃어가는 악순환에 들어가도록 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경쟁을 하고자 하는 기업가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리 지명자의 지적처럼, 이 부회장 사면은 정부의 반기업정서와 친노동정책 여파로 주눅 든 기업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투자와 혁신을 북돋을 수 있는 상징적 조치가 될 것이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수감 생활을 통해 자성의 시간을 가졌고, 삼성 또한 조직의 근본적 쇄신과 변화를 위해 준법감시위원회까지 발족했다.
이 부회장은 보석으로 잠시 석방됐던 2019년4월 경기 화성사업장을 찾은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께서 종합반도체 강국의 비전을 제시할 때 무거운
이 부회장이 그 약속을 지키고 국가 경제를 위해 제 2의 인생을 펼칠 수 있도록 김 총리 지명자가 문 대통령을 간곡히 설득해야 한다.
대통령도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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