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는 일엔 순서가 필요해요. 잘못된 순서가 있다면 올바른 방법으로 고쳐야 겠죠? 알고리즘은 어떤 일을 해내기 위해 순서를 생각해 내는 걸 말해요. 이렇게 만든 알고리즘으로 컴퓨터에게 명령을 할 수 있어요."
지난 14일 오전10시. 넥슨의 직장 어린이집 중 한 곳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도토리소풍 넥슨 해 어린이집' 만 5세반에서는 유아코딩 수업이 한창이었다. 기자는 화상 플랫폼 줌을 활용해 코딩 수업에 참여했다. 책상에 나란히 앉은 아이들은 교사의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3분짜리 코딩교육 영상을 시청했다. "쉽다 쉬워." 5살짜리 아이 입에서 연신 웃음이 났다.
↑ 지난 14일 오전 '도토리소풍 넥슨 해 어린이집' 만 5세반에서 열린 유아코딩 수업. 아이들이 블록을 맞추며 알고리즘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 [사진 : 배윤경 기자] |
넥슨은 올해부터 직장어린이집인 도토리소풍에 유아코딩 특성화 교육을 도입했다.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게 아니라 4·5세를 담당하는 담임교사가 외부 교육기관에서 유아코딩 교수법을 이수해 직접 수업한다. 주 1회에 걸쳐 자유놀이시간에 1시간 가까이 이뤄지며 판교 도토리소풍 외에도 강남원, 대치원에서 실시한다.
이날 코딩 수업은 5세 아이들이 알고리즘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영상 시청 후 각각 다른 그림이 그려진 정사각형 블록 4개를 알맞은 순서에 따라 연결하는 것으로 알고리즘 개념을 이해하고 직접 만들어보는 언플러그드 코딩수업이다. 정사각형 블록에는 이를 닦는 과정이 그림과 영어로 적혀 있어 영어교육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DIRTY TEETH(더러운 치아) PASTE ON BRUSH(치약을 칫솔에 묻히기) BRUSH TEETH(칫솔질하기) CLEAN TEETH(깨끗한 치아) 등의 블록을 이를 닦는 순서에 따라 연결해 나가야 한다.
아이들은 각자 받은 코딩 키트(교구)를 활용해 블록을 쉽게 맞춰 나갔다. 화분에 씨앗을 심는 과정을 그린 코딩 키트도 있어 아이들이 서로 자신의 블록과 비교해 가며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중간중간 선생님이 진도를 나가기 전에 "놀아볼까"라고 말해 아이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놀이 과정임을 상기시켰다.
도토리소풍 담임 교사는 "실생활을 예시로 알고리즘 개념을 이해하는 게 이날 코딩 수업의 목표"라며 "매주 아이 눈높이에 맞춘 학습 주제를 아이가 흥미를 유발할 수 있게 놀이활동의 확장 방식으로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노트북을 이용한 온라인코딩 수업. 모바일이 익숙한 영유아 세대에게 컴퓨터를 비롯해 마우스 같은 주변기기 사용법도 익숙해지도록 교육하고 있다. [사진 : 배윤경 기자] |
어린이집 교사는 "이 시기 유아는 단순히 흥미에 따라 놀이를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확장해 나간다"면서 "이 같은 유아발달 특성과 개인차를 배려해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소그룹 형태로 코딩 수업을 실시함으로써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코딩 설계 과정에 대해 이아기하고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아코딩은 학습이 아닌 놀이의 한 부분으로 설계하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라며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미래환경에서 필요한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넥슨은 자유놀이 시간에 유아코딩 활동 외 학급별로 3~4개의 놀이 활동을 지원한다. 현 코딩교육 프로그램은 일 년 과정으로, 6개월 교육 후엔 결과물을 발표하는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
↑ 도토리소풍 내부 [사진 제공 : 넥슨] |
학부모인 직원들의 호응은 상당하다. 도토리소풍에 아이를 보내는 A씨는 "아이가 노트북으로 코딩 프로그램을 배우게 된 뒤에는 '엄마처럼 일하는 기분이야'라고 말한다"면서 "코딩을 놀이활동으로 인식하면서 코딩수업이 다가오면 '코딩이 하고 싶었다'고 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집에서도 아이가 코딩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해보며 대화 주제도 늘었다"면서 "코딩활동을 한 날에는 미디어를 보기 보단 컴퓨터로 코딩을 해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도토리소풍 담임 교사는 "아이마다 수준차이가 있긴 하지만, 잘하는 아이의 경우 '혼자 할 수 있을 거 같아요'라고 말하며 처음 알고리즘을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시도한다"며 "어려운 과제를 성공하면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요새 아이들은 모바일에 익숙해 처음엔 마우스를 쓰는 데에도 어려워 했지만, 점차 컴퓨터를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는 게 도토리소풍 측의 설명이다.
↑ 도토리소풍 외부 [사진 제공 : 넥슨] |
도토리소풍은 보육 목표인 '디지털 미래세대 양육'에 맞춰 올해 3월부터 코딩 특성화 교육은 물론 사고력수학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영어특별활동을 기존 만 3~5세에서 올해부터 만 2~5세로 늘리고, 영유아 독서지도 커리큘럼인 '종알종알 책놀이'를 운영한다. 사계절 달라지는 자연의 변화와 생명의 가치를 경험하는 '사계절 자연놀이'는 도토리소풍만의 특성화교육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외 전문기관과 함께 유아체육, 유아음악, 발레 등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해 지원하고 있다.
넥슨은 어린이집 운영 외에도 이달 들어 출산 전후 휴가 외 육아휴직 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출산 전후 휴가 3개월(다태아 120일)은 100% 급여를 그대로 준다. 지난달에는 '중대조사 지원제도'를 신설해 임직원 가족이 상(喪)을 당했을 때 장례 인력 또는 장례 서비스를 지원한다. 장례 지도사를 비롯해 장의 차량, 수의, 제단 장식, 상복, 운구 인력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직원은 물론 직원 주
이 같은 복지 확대는 IT업계 전반에 부는 인력난이 한몫한다. 넥슨은 복지 확대 뿐 아니라 올해 초 전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일괄 인상하고, 신입사원 연봉도 5000만원(개발직군)으로 올렸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bykj@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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