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의 급등세가 이어지자 정부가 비축했던 배추 3000t을 풀고 옥수수 수입 때 부과되는 관세도 7년만에 연말까지 한시철폐키로 했다. 연초 예상했던 폭 이상의 물가상승 조짐에 정부가 뒤늦게 온갖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기간내 큰 폭의 물가상승은 소비자에 부담이 커지는 데다 가뜩이나 집값·LH투기 상황으로 싸늘한 민심 속 물가라도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겸 뉴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가는 와중에 이러한 경기회복 기대감은 국내외 인플레이션 경계감을 확산시키면서 경기 회복 제약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5% 상승하며, 코로나19 국내 확산세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가운데 서울 시내 한 대형 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있다.2021.04.02[이충우기자] |
정부는 이날 우선 농축산물 가격의 조기안정을 위해 계란 1500만개 추가 수입, 양파·대파 등에 대한 조기출하 독려, 그리고 한파피해가 발생한 배추는 비축물량 3000t을 긴급 방출키로 했다. 식용옥수수 등 일부 수입곡물에 대해 긴급할당관세 0%의 연말까지 한시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가 수입곡물에 대해 관세를 일시적으로 철폐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곡물가 파동이 있었던 지난 2008년~2014년 이후 처음이다.
기재부 이주현 산업관세 과장은 "당시에도 원자재값 파동이 국제적으로 일어나면서 국내 수입 곡물가격이 크게 치솟았는 데 비교를 해보니 지금이 당시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돼 관세감면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물량을 긴급히 풀고 수입관세를 철폐하는 것 외에 통관절차도 대폭 간소화하기로 했다. 선상검체 채취허용 등 수입절차도 개선한다. 원자재값도 갈수록 상승폭이 커지고 있어 비철금속 비축물량도 1~3% 할인해 방출할 예정이다. 식자재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외식업계를 위해선 식품원료 매입자금 대출금리를 2.5%에서 2%로 인하한다. 2분기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도 낮은 수준에서 최대한 관리키로 했다.
정부의 이런 대책 수립에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꾸준히 나타난 물가상승신호와 원자재 수급난을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판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특히 물가관리 등에 있어 한국은행과 함께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작년 연말과 연초 정치권의 재난지원금 등 요구에만 집중하다 보니 실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집값·전세값에 이어 물가까지 급등하면서 시중에는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회복 등 우리 경제가 충분히 정상화 되지 못한 상황에서 물가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가계에 부담이 되고 경제회복기에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고 지적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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