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제공 = 삼성전자] |
지난 1일 TSMC는 성명을 내고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를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발표한 올해 280억 달러(약 31조원) 투자까지 합치면 4년간 144조원을 투자하는 격이다. 이는 지난해 1월 삼성전자가 예고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위한 133조원 투자보다 많은 금액이다.
이번 결정에는 TSMC식 초격차 의지가 드러난다. TSMC는 이미 파운드리 시장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1위다. 다만 7나노미터(nm, 나노는 10억분의 1) 이하 미세공정에서는 2위 삼성전자와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대형 고객사의 물량을 더 따내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TSMC는 대만과 미국 등에 신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특히 5nm 라인 확대 및 3nm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미세공정 핵심으로 꼽히는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에도 나선 상태다.
현재 IT 업계가 극심한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점도 TSMC의 행보가 빨라지는데 일조했다. 완성차 업계에서 시작된 현상이 스마트폰 PC 가전 등으로 퍼지면서 사실상 모든 분야가 영향권에 들었다. 공급난이 지속되면서 고객 이탈까지 염려되는 상황이다.
TSMC는 최근 고객사에 보낸 서한에서 "지난 12개월간 모든 공장의 가동률이 100%를 상회했지만 여전히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TSMC의 주요 고객은 애플, 퀄컴, 엔비디아, AMD 등이다.
게다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기존 범용 반도체를 써왔던 인터넷 기업까지 자체 칩 생산에 나서면서 파운드리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은 자사 서비스에 최적인 반도체를 직접 설계한 뒤 TSMC와 같은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맡길 계획도 세우고 있다.
↑ [사진출서 = 연합뉴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파운드리 사업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두업체(TSMC)보다 시장점유율이나 생산능력, 고객 수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투자로 적기에 생산능력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경쟁에서 격차를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패권을 잡기 위한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앞서 미국 종합반도체기업(IDM) 인텔도 지난달 2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새로운 팹(공장)을 건설해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달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공장을 짓고,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사업 1위 TSMC와 2위 삼성전자에게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시장이 TSMC와 삼성전자, 인텔의 3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초미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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