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국민 고용보험 정책으로인해 내년부터는 배달 종사자들도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된다. 이들같은 특고의 높은 이직률은 고용보험기금 재정 적자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 공터에 배달에 사용하는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 있다. |
문제는 이처럼 고용이 불안정한 사람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하면서 고용보험기금이 곧 고갈되고 '유리지갑' 직장인들의 고용보험료만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고용보험기금은 코로나19가 불러온 최악의 고용 참사 속에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직장인의 고용보험료 인상으로 이를 매워야하는 시점이 다가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직장인들의 불안감은 박화진 고용부 차관이 "고용보험료율 인상 논의를 적절한 시점에 시작하겠다"고 말하면서 수면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말라가는 고용기금재정
박 차관의 이같은 발언은 올초 '2021년 고용부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나왔다. 그는 "최근 고용보험기금 지출 추세나 전망을 봤을 때 재정건전화 문제는 올해 어떤 방식으로든 가닥을 잡아야 한다"며 "방법은 보험료율 인상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고용위기로 실업급여가 급속도로 지급되면서 고용보험기금은 사실상 바닥났다. 고용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고용부가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부터 대출한 금액은 지난해 4조6997억이고 올해도 3조 2000억원을 추가로 빌려올 계획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기금 적자는 공자기금 대출을 제외하면 7조9389억원으로 이미 적립금이 바닥난 것으로 집계됐다. 8조에 이르는 대출의 이자만 해도 연말까지 13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고용보험 적자는 문재인정부 들어 본격화됐다. 금융위기의 여파를 받았던 2007년~2011년 고용보험기금은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2~2017년 6년간은 흑자를 유지했다. 하지만 현 정부 2년차인 2018년 8082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2019년엔 2조87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고용보험료는 당초 사업자와 근로자가 0.65%씩 내던 것이 2019년 10월 0.8%씩 내는 것으로 올랐다. 이미 한 차례 인상이 있었던 셈이다.
직장인·특고 같은 주머니에서 실업급여 나가
문제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실시 이후 일반 직장인에 비해 고용이 불안정한 특고들이 실업급여를 더 많이 받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초 경영계는 일반 직장인과 특고의 고용보험 재정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고 종사자의 이직이 일반 직장인보다 잦은만큼 일반 직장인과 기업들이 낸 보험료로 특고의 실업급여를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실제 특고 이직률은 38.1%로 임금 근로자의 4.4%보다 8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고와 일반 근로자의 고용보험기금을 함께 사용할 경우 재정적자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는 정부 역시 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로 가면 2025년엔 고용보험기금이 적자에 빠질 수 있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기금을 쌓아둘 수 있는 고용보험의 특성상 아직은 여력이 있다는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장 2023년부터 이런 적자가 닥쳐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재정소요' 보고서는 특고 고용보험 재정수지가 2023년 1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이후 그 폭이 확대돼 2025년 813억원의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는 오는 7월부터 가입대상이 되는 11개 직종보다는 많은 14개 직종을 대상으로 분석했지만 대신 실제 보험료 분담율로 책정된 1.4%보다는 높은 1.6%를 특고가 내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그럼에도 특고와 직장인의 재정 분리를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같은 임금 근로자라 하더라도 기간제와 정규직 보험료가 다르지 않고, 사업장 규모별로도 보험료 차이를 두지 않는다"며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할 때마다 계정을 분리한 적도 없기 때문에 두 계정을 분리해서 운영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재갑 장관 "경제상황 보며 논의"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고용보험료는 준조세 성격이 강해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기 상황에서 또 다시 인상할 경우 반발이 클 수 밖에 없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 2월 업무보고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계층이 어려운 이런 상황에서는 보험료율 인상은 어렵다"며 "경제 상황을 보면서 논의 시점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도 (고용보험) 적립금에 여유가 있다"며 "당장 보험료율을 인상
정부의 이같은 진화에도 고용보험료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올해가 아니라도 중장기적으론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박 차관은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한창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보험료율 인상 방안을) 논의하더라도 도입해 시행하기에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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