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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Z홀딩스를 통해 쿠팡의 일본 진출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Z홀딩스는 네이버 라인과 야후재팬이 이달 초 통합 출범한 회사다. 만약 Z홀딩스를 통한 쿠팡의 해외 진출이 성사될 경우, 국내 이커머스 업계 최대 경쟁사인 네이버와 쿠팡이 일본에서는 손을 맞잡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4위 일본 이커머스, 코로나19로 '기회의 땅'
일본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중국, 미국, 영국에 이은 전세계 4위로,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일본 B2C 전자상거래 규모는 19조3609억엔(약 205조원)에 달한다. 최근 10년 동안 매년 10%에 가까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규모는 한국보다 크지만 보급률은 한국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일본 이커머스 성장에 기회가 됐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일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서 배달은 물론 영화 등 비디오 콘텐츠, 독서 등을 즐기는 '둥지 소비'가'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시니어 세대가 높은 구매력을 갖고 있는 만큼 젊은 세대 뿐만 아니라 시니어 세대로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아마존, 라쿠텐, 야후쇼핑, 큐텐재팬 등이 일본에서 오픈마켓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 2010년 아마존재팬을 세워 일본에 진출한 아마존이 라쿠텐을 제치고 시장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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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 = 매경DB] |
일본 이커머스 시장서 세력 확장하는 손정의
손 회장의 야후재팬은 시장 1·2위인 아마존과 라쿠텐에 비해 일본 내 경쟁력이 약하단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IT업계 큰손으로 불리는 손 회장에게 이커머스가 유일한 '약점'으로 꼽혀왔다. 이커머스 강화를 위해 한국의 '무신사' 같은 조조타운 사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어, 야후재팬의 운영사인 Z홀딩스는 지난해 라인의 모회사인 네이버와 손잡아 경영통합을 결정했다. Z홀딩스의 지주사로 A홀딩스를 만들고 A홀딩스의 지분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보유하는 방식이다. A홀딩스는 Z홀딩스의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으며, Z홀딩스 아래 라인과 야후재팬이 100% 자회사로 자리해 있다.
라인을 흡수한 Z홀딩스는 이커머스 전략을 가장 먼저 내놨다. 첫발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솔루션의 일본 진출이다. 스마트스토어는 네이버의 블로그형 쇼핑몰 솔루션으로 소상공인이 쉽게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해 상품을 등록하고 판매·정산까지 원스톱으로 마치는 시스템이다. 지난 2018년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지난해 결제금액 26조8000억원, 결제자수 2000만명을 돌파하며 각광 받고 있다.
Z홀딩스는 일본 판매자가 온라인쇼핑몰에서 상품을 판매하는데 최적화된 도구로 스마트스토어 솔루션을 일본에 도입할 계획이다. 오는 6월 일본 내 사용자 8000만명의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 라인과 스마트스토어를 결합한 메신저 커머스를 선보인다. 야후쇼핑, 야후포털, 페이페이를 결합한 사업 협력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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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 [사진 제공 = 쿠팡] |
경쟁사긴 하지만 성격 다른 네이버·쿠팡…일본서 시너지 낼까
미국 뉴욕증시에 쿠팡이 상장하면서 '23조원' 잭팟을 터트린 손 회장은 이제 쿠팡의 일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손 회장이 운영하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쿠팡 지분 33.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쿠팡은 네이버와 달리 직접 물류와 배송에 뛰어들어 '직배송'으로 성장한 회사다. 빠른 배송이 강점인 만큼 생필품이 주력상품군으로 꼽힌다.
일본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온라인에서 상품을 주문하고 결제는 편의점으로 가서 현금으로 할 정도로 이커머스가 활성화되지 않아 왔다. 패션 등 비식품군은 스마트스토어로, 생필품은 쿠팡으로 나뉘어 Z홀딩스의 이커머스 추진 전략이 가능하다. 아마존도
이 같은 기대감은 증시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쿠팡 주가는 5.43% 급등해 45.90달러에 마감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bykj@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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