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외국인 탈세백태…유령회사 세워 편법 증여하다 덜미

↑ 국적을 세탁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비거주자로 위장하며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이중 국적자와 유령회사를 세워 탈세를 일삼은 외국계 기업들이 대거 당국에 적발됐다. <매경DB>

국적을 세탁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비거주자로 위장하며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이중 국적자와 유령회사를 세워 탈세를 일삼은 외국계 기업들이 대거 당국에 적발됐다.
24일 국세청은 "세무검증 과정에서 외국 영주권, 시민권으로 신분을 세탁하거나 복잡한 국제거래를 이용한 지능적 역외탈세 혐의자 54명을 포착하고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한국에 납세의무가 없는 비거주자를 가장해 돈을 숨기고 코로나19 보건 서비스 등 복지 정책만 뻬먹은 얌체족과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유한책임회사로 기업 형태를 바꾼 후 불법적으로 소득을 해외로 옮긴 외국계 기업 등이 철퇴를 맞았다.

↑ 외국 영주권과 시민권을 내세워 국내 납세의무를 회피한 외국인 <자료=국세청>

일례로 외국 영주권자 A씨는 해외에 페이퍼컴퍼니 세워 회사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한 후 법인 지분을 자녀에게 이전하는 방식으로 편법 증여하다 덜미를 잡혔다. 한국에 거주한 자녀들을 비거주자로 위장하고 증여세 신고를 누락하다 적발돼 세금 수십억원을 추징당했다.

↑ 외부감사 받지 않는 회사로 조직을 바꾸고 해외로 거액을 송금한 외국계 기업 <자료=국세청>

B외국계기업은 기업 형태를 세탁해 돈을 빼돌렸다. 원래 유한회사였던 B사는 2019년 외부감사법이 개정되며 감사를 받게 되자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 유한책임회사로 간판을 바꿔달고 탈세에 나섰다. 과도한 경영자문료를 해외 본사에 지급하는 등 은밀한 내부 거래를 통해 회사를 결손상태로 만들고, 해외 관계사 매출채권에 대해 뚜렷한 이유 없이 회수하지 않는 등 돈 퍼주기 행각을 이어갔다. 결국 과세 당국에 적발된 B사는 수백억원대 법인세를 토해냈다.

↑ 회사를 결손법인으로 만들어 기업가치 조작 후 자녀에게 지분을 저가 양도한 사주일가 <자료=국세청>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민, 교육 등 이유로 출국했다가 코로나19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내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납세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만 누리는 얌체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자에 대한 집중적인 세무검증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조사 결과 탈세가 확인되면 법에 따라 과세하고 조세포탈 혐의가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2019년 이래 국세청은 역외탈세와 다국적기업 조세회피 혐의에 대해 세 차례 조사를 벌여 현재까지 1조 1627억원을 추징했다.
노 국장은 "세금 납부 도덕성에 대한 눈높이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인 만큼 반칙과 특권을 남용하는 불공정 탈세에는 관용 없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