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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골목길을 지나는 직장인들의 모습 / 사진 = 매일경제 |
한국경제연구원이 성실하게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가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을 분석했습니다. 생활물가와 세금, 실업급여 재정적자, 국민연금, 주택가격 등입니다.
월급은 거북이 걸음…생활물가는 '껑충'
한경연이 고용노동부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근로자 월급총액은 연평균 3.4% 인상됐습니다. 2015년 299만 1천 원에서 지난해 352만 7천 원으로 53만 6천 원이 늘었는데, 매년 10만 원 정도 오른 셈입니다. 월급총액은 정액급여와 초과급여, 특별급여를 합산한 액수입니다.
같은 기간, 이른바 밥상물가로 불리는 신선식품지수는 연평균 3.9% 올랐습니다. 매년 성실히 일해 돈을 벌어도 실질 구매력은 오히려 갈수록 줄어드는 셈입니다. 여기에 최근 거론되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되면 근로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한경연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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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 vs 밥상물가 / 출처 = 한국경제연구원 |
세금이 왜 이래…상승폭, 소득의 '2배'
월급보다 많이 오른 것은 물가만이 아닙니다. 지난 2014년 25조 4천억 원이었던 근로소득세 결정세액은 2019년 41조 1천억 원으로 60% 넘게 늘었습니다. 연평균 증가율은 10.1%입니다. 반면에 근로자의 소득 총액은 2014년 660조 7천억 원에서 2019년 856조 1천억 원으로 연평균 5.3%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규모면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증가율로 보면 소득보다 세금이 2배 빨리 오른 것입니다. 한경연은 중산층에서 사실상의 증세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근로자 소득총액은 1인 이상 사업체의 평균임금에 임금 근로자 수와 12개월을 곱해 산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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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 vs 세금 / 출처 = 한국경제연구원 |
실업급여 재정 악화…국민연금도 '불안'
실업급여 재정이 악화하는 것도 근로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계정은 2018년 적자로 전환한 이래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적자폭도 매년 확대되면서 지난해에는 4조 7천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총소득 860조 6천억 원의 0.5%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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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업급여 재정수지 현황 / 출처 = 한국경제연구원 |
국민연금 재정건정성에 대한 우려는 특히 젊은 직장인들의 근로의욕을 감퇴시키는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019년 보건복지부가 전망한 국민연금 재정수지 적자 전환시점은 2042년, 고갈시점은 2057년이었습니다. 그런데 1년 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적자 전환시점을 2040년, 고갈시점은 2054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상황이 나아지기는 커녕 계속 악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83.3세인 한국인 평균수명을 감안하면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는 경우 현재 50세 이하인 국민연금 가입자는 연금을 일부만 받을 수 있고 32세 이하는 연금을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돈은 더 낼텐데 나중에 돌려 받으리라는 보장은 없는 셈입니다.
월급모아 집 산다?…그런 때도 있었지
한경연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KB 주택가격동향을 분석한 결과 전국 아파트의 중위 매매가격 상승률은 연평균 7.4%에 달했습니다. 서울의 경우 12.9%였습니다. 같은 기간 근로자 월급총액의 연평균 상승률 3.4%를 훨씬 웃돕니다. 2020년 근로자 임금 352만 7천 원을 기준으로 할 때 대략 22년 정도 1000원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야 서울의 중위가격 아파트를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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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 추이 / 출처 = 한국경제연구원, KB |
성실 근로?…코웃음 치는 2030 빚투·코인 몰입
월급 모아봐야 생활비 충당하기도 벅찬 현실이 수치로 입증되면서 2030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주식이나 부동산, 비트코인 등으로 옮겨갔습니다. 아울러 국민 10명 가운데 8명(77.3%)은 올해 고용상황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오히려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20대의 경우 올해 고용상황이 '매우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과반을 넘는 53.2%, '매우 개선될 것'이란 응답은 0%로 나타나, 청년층의 상황 인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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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 대비 월급 전망, 소득향상 요소 / 출처 = 한국경제연구원 |
고용전망만큼 월급에 대한 기대도 암울했습니다. 전체의 68.9%는 물가 대비 월급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소득 향상을 위해 중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도 가장 많은 32.9%가 주식, 부동산 등 재테크라고 답했고 업무역량 강화 및 승진(14.9%)이나 이직(7.8%)이라는 응답은 20%를 간신히 넘겼습니다. 구체적으로 부동산과 주식은 성별이나 연령을 불문하고 가장 유망한 재테크 수단으로 꼽혔
이번 조사는 한경연이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진행했습니다. 조사방법은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한 ARS 조사 방식이었습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