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기부' 카카오 김범수, 빌게이츠 워런버핏에 '감사 인사' 이유는

↑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 제공 = 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전세계 부호들의 자발적 기부 운동인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참여해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공식 서약했다.
카카오는 16일 김 의장이 더기빙플레지의 220번째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더기빙플레지는 지난 201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그의 아내 멀린다 게이츠,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서약하며 시작된 자발적 기부운동이다.
현재 전세계 25개국에서 220명이 서약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창업자 등도 서약에 참여했다.
김 의장은 서약서에서 "지난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 창립 20주년 특집 기사를 보고 창업의 꿈을 키웠던 청년이 이제 기빙플레지 서약을 앞두고 있다. 기사를 처음 접했던 때 만큼이나 설렘을 느낀다"라며 "기부 서약이라는 의미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게이츠 부부와 버핏 회장, 그리고 앞선 기부자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와 제 아내는 오늘 이 서약을 통해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려고 한다. 자녀들과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눴던 여러 주제 가운데 사회문제 해결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부터 기부금을 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목표했던 부를 얻고 난 뒤 인생의 방향을 잃고 한동안 방황해야 했으나 '무엇이 성공인가'라는 시를 접한 뒤 앞으로의 삶에 방향타를 잡을 수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김 의장이 소개한 '무엇이 성공인가'란 시는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랠프 월도 에머슨의 작품으로 김 의장의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 역시 이 시에서 따온 '더 나은 세상'으로 돼있다. 김 의장의 이번 사회환원 금액은 약 5조원으로 추정된다.
김 의장은 "10여 년 전 100명의 창업가(CEO)를 육성·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 카카오 공동체라는 훌륭한 결실을 맺어 대한민국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며 "이제 서약을 시작으로 우리 부부는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나 재단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100명의 혁신가를 발굴해 지원하고, 미래 교육 시스템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찾으며 빈부 격차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고자 노력하겠다"면서 "아프고 힘든 이들을 돕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또 다른 혁신가들의 여정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하며 서약에 흔쾌히 동의하고 지지해준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지난달 8일 카카오 전 직원에게 보낸 카카오톡 신년 메시지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5일 열린 사내 간담회에서는 "디지털 교육 격차 등으로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과 인공지능(AI) 인재에 관심이 많다"며 "기부금을 묵혀두지 않고 필요한 곳에 바로 써 나가고 싶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사회 문제를 풀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bykj@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