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따른 실업률 상승은 신규 대졸 취업자의 임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그 영향이 3~4년차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로 인해 이들이 대졸 학력이 필요하지 않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하향 취업이 늘면서 취업의 질도 크게 악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15일 '고용상황 악화가 신규 대졸자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을 주제로 발표한 BOK 이슈노트에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고용상황 악화가 청년층(15~29세)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슈노트에 따르면 한국노동패널(1998~2019년)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경기침체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대졸자는 졸업연도뿐만 아니라 3~4년차까지 유의한 임금 손실을 경험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졸업연도의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1~2년차 연간 임금이 4.3%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어 3~4년차에도 임금손실률이 2.3%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고용상황이 악화하는 시기에 신규 대졸자가 취업하면 초봉이 줄고 이런 여파가 최대 4년차까지 영향을 미쳐 중장기적으로 임금 감소에 충격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부정적 영향은 대학별로는 중·하위권 및 2년제 대학 졸업자에게, 대학전공별로는 인문계 졸업자에게 크게 나타났다.
이중 대학별로 보면, 졸업 당시 노동시장 충격이 중·하위권 및 2년제 신규 졸업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면, 상위권 신규 졸업자에게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하위권 및 2년제 대졸자의 경우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 시 3~4년차까지 2~5%의 임금 손실이 발생해 노동시장의 부정적 충격에 더 많이 노출됐다.
상위권 대학은 중앙일보 대학평가(2005~2019년) 기준 상위 30개 대학, 중·하위권은 상위 30개 대학을 제외한 4년제 대학, 2년제는 2년제 대학으로 구분한 것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실업률 상승은 신규 대졸자의 하향 취업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실제 서비스·판매직, 단순 노무직 등 대졸 학력이 필요하지 않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대졸 하향 취업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청년층에서 1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제(파트타임 등)로 일하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층도 코로나19 이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청년층의 하향 취업은 단기적으로 임금 하락 등 노동조건 악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낙인효과(stigma effect)로 인해 향후 경력개발 과정에도
오 차장은 "기업의 청년 채용 유인을 제고하기 위한 세제혜택 등을 고려하는 한편, 보다 근본적으로는 직업 간, 직업 내 원활한 노동이동을 유도할 수 있는 노동시장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cap@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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