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 개의 호텔 예약 플랫폼이 저마다 '최저가·특가'라며 제공해온 객실가격이 판에 박힌 듯 똑같았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다른 플랫폼에는 자사 플랫폼에 제공한 가격보다 더 싼 값에 객실을 공급할 수 없도록 한 '최혜국 대우 조항(MFN, Most Favored Nation)' 때문에 사실상 균일가격이 형성됐던 것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잘못된 최혜국 대우 조항 관행을 바로잡고 나섰다.
15일 공정위는 국내외 5개 호텔예약플랫폼(OTA, Online Travel Agency) 사업자들이 국내 호텔과 맺은 계약조항을 심사해 최혜국 대우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시정 대상 명단에 오른 업체들은 인터파크, 부킹닷검, 아고다,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등 유명 업체들이다.
지금까지 국내 숙박업체들은 이들과 맺은 최혜국 조항 때문에 사실상 모든 플랫폼에서 동일한 가격과 조건으로 숙박 상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특정 호텔이 A사를 통해 10만원에 객실을 판매하고 있으면, 호텔 웹사이트나 다른 예약업체 B·C사 등을 통해서는 10만원 미만으로 가격을 책정하면 안 됐다. 또한 특정 기간 A사에게 10개의 객실을 공급하기로 약속한 경우, B·C사에게는 10개를 초과하는 객실을 제공할 수도 없었다. 예약 취소 조건이나 프로모션 상품 등에 적용하는 특별한 객실 컨디션 등도 마찬가지 기준을 적용했다.
이번 시정조치로 OTA마다 다른 가격이나 조건으로 객실을 판매할 수 있게 돼 소비자 입장에선 더욱 다양한 상품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2019년 7월 호텔업계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의 조찬간담회에서 OTA의 최저가 보장정책 강요가 숙박업계의 가격경쟁을 제한한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공정위는 같은해 12월 서울·제주도 소재 호텔 16개 업체를 현장 방문해 이들과 거래한 모든 OTA 사업자의 계약서를 점검했다.
공정위 조사결과 인터파크, 부킹닷컴, 아고다,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등 5개사는 국내 숙박업체와 계약하면서 '넓은 범위'의 최혜국 대우 조항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넓은 범위의 경우 다른 OTA나 호텔 자체 웹사이트에 더 싼 객실을 제공할 수 없게 한다. 이에 비해 '좁은 범위'는 다른 OTA에 대한 가격정책은 관여하지 않고, 호텔 자체 웹사이트에만 더 싼 객실을 내놓지 말라고 하는 경우다. OTA에서는 객실을 검색만 한 후, 예약은 호텔 웹사이트로 들어가서 하는 식의 이른바 '숙박업체 무임승차' 문제를 막기 위한 목적의 계약조항이다.
5개사는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 최혜국 대우 조항을 삭제하거나, 넓은 범위의 조항을 좁은 범위로 수정했다. 인터파크는 모든 형태의 최혜국 대우 조항을 계
공정위 관계자는 "호텔 예약플랫폼의 불공정 계약조항을 사업자들이 스스로 시정하면서 시장경쟁 회복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며 "다른 플랫폼 분야에서도 비슷한 사안이 있는지 계속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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