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ITC서 영업비밀 침해 못 다퉈" LG "결과 인정이 합의 시작"…또 설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의 이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판결이 난 이후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11일 또 설전을 벌였다.
SK이노베이션은 전날 감사위원회를 개최하고 ITC 소송 결과를 검토했다는 소식을 이날 전하며, 소송 결과와 상대측의 합의금 규모를 모두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ITC 소송 결과에 대해 "문서 삭제로 인해 영업비밀 침해 여부는 다퉈보지도 못한 채 수입금지 조치를 받았다"고 토로하며, 감사위원회가 미국 사법 절차에 미흡하게 대처한 점을 강하게 질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공신력 있는 미 ITC에서 배터리 전 영역에 걸쳐 영업비밀을 통째로 훔쳐간 것이 확실하다고 최종결정이 났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인식의 차이가 아쉽다"고 비판했다. 이어 "증거를 인멸하고 삭제하고 은폐한 측에서 이러한(ITC의) 결정을 인정하는 것이 합의의 시작일 것"이라고 촉구했다.
합의금 규모와 관련해서도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감사위원회는 "경쟁사의 요구 조건을 이사회 차워에서 향후 면빌히 검토하겠지만,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요구 조건은 수용 불가능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연방영업비밀보호법에 근거한 LG에너지솔루션의 제안을 가해자 입장에서 무리한 요구라 수용불가라고 언급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며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기준(미국 연방영업비밀보호법)에 따라 경쟁사와 협상을 진행해 왔으며, 그러한 기준이 향후에도 일관되게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합의금으로 3조원 수준을, SK이노베이션 측은 수천억원 수준을 각각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경쟁사가 진정성 있게 협상 테이블에 와서 논의할만한 제안을 하고 협의를 한다면 최근 보톡스(보툴리눔톡신 제제) 합의 사례와 같이 현금, 로열티, 지분 등 주주와 투자자들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다양한 보상 방법이 가능할 것"이라고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