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정유사 엑슨 모빌(XOM)이 증시가 주춤한 와중에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금리 상승으로 기술주가 큰 폭의 조정을 받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이 도피처로서 경기 방어적 성향이 강한 정유주를 매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중동 정세와 미국 한파, 사우디 감산 등 일시적 요인으로 유가도 강세를 보이면서 정유주 주가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어제(8일) 증권가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시에서 엑슨 모빌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41.45달러에서 60.93달러로 47.82% 급등했습니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가 불과 2.29% 오르는 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상승폭이 상당한 수준입니다.
이달 들어서도 S&P 500 지수가 0.81% 오르는 동안 엑슨 모빌 주가는 12.07%나 상승했습니다.
엑슨 모빌은 증권가에서 무거운 주식, 재미 없는 주식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주가가 장기간 횡보한 탓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나스닥 지수가 6배, S&P 500 지수는 3배 올랐지만 엑슨 모빌주가는 오히려 30% 가량 하락했습니다. 안 오르는 주식으로 유명한 엑슨 모빌이 3개월도 안 되는 기간 동안 50% 가량 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엑슨 모빌은 석유왕 록펠러가 설립한 스탠더드오일이 전신입니다. 포드, GM 등과 함께 미국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회사로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여 동안 세계 시총 1위 기업 자리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2011년 애플,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에 잇따라 추월을 허용하다 2017년에는 시총 순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30개 우량 종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에서도 퇴출됐습니다. 1928년 다우지수 편입 이후 92년 만이었습니다.
엑슨 모빌 뿐만 아니라 쉐브론(29.07%↑), 옥시덴탈(80.42%↑) 등 다른 미국 정유회사 주가들도 올들어 주가가 껑충 뛰었습니다. 국내 정유사 주가도 상승세입니다. 같은 기간 S-Oil 은 27.31%, GS는 5.99% 올랐습니다.
정유주가 모처럼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최근 불거진 인플레이션 논란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정유주는 물가 상승율이 유가에 그대로 전가되기 때문에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수혜종목으로 꼽힙니다. 특히 엑슨 모빌은 시가배당률이 7%가 넘는 고배당종목입니다. 금리 상승으로 테슬라 주가가 30% 이상 하락하는 등 기술주의 약세가 진정되지 않자 경기 방어적인 성격이 강한 정유주로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유가도 연일 고공행진을 하며 정유사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전날 브렌트유는 2019년 5월 이후 10개월여 만에 배럴당 70달러선을 돌파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67달러선까지 올랐습니다. 코로나 판데믹 이후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예멘 반군이 사우디 원유 시설을 공격하는 등 중동 정세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최근 미국 한파에 따른 산유량 급감, 사우디의 자체 감산 연장 등도 유가 강세의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증권가에서는 유가의 오름세가 단기적으로 꺾이기는 쉽지 않겠지만 중기적으로는 추세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전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은 사우디 특별감산, 미국 한파에 따른 대규모 공급 공백이 겹쳐진 상황으로 사우디의 감산이 연장된다 하더라도 미국 산유량은 회복될 수 밖에 없다"라며 "하반기 글로벌 석유 수요 회복을 고려할 때 사우디의 감산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고 예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글로벌 원유 시장의 수급 괴리 상황은 지금이 가장 극심하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