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를 결정하는 유가와 곡물값이 가파르게 뛰고 있습니다. 원유값 상승세에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커졌고 빵, 두부, 음료수 등 음식료품 가격도 들썩이며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1%(1.23달러) 오른 59.47달러에 마감했습니다. 한 해 전과 비교했을 때는 16.2% 올랐고 팬데믹에 유가가 배럴당 10달러까지 급락한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여섯 배로 급등했습니다.
대두, 옥수수, 밀 등 곡물 가격 상승세는 더 가파릅니다. 대두 가격은 1부셸(27.2㎏)당 13.72달러로 1년 전(8.93달러)보다 53.7% 급등했고, 옥수수 가격은 5.39달러로 40.7%, 소맥(밀)은 6.37달러로 16.3%, 귀리는 3.51달러로 15.4% 올랐습니다. 재고가 전 세계적으로 1억8천만톤 쌓인 쌀만 4.5% 떨어졌습니다.
올라간 원자재·곡물값은 3주∼6개월의 시차를 두고 생활물가를 끌어올리게 됩니다. 국제유가가 오름세면 휘발유 가격은 3주가량 시차를 두고 뒤따라 올라갑니다. 전기요금도 연료비에 연동돼 인상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곡물 가격이 음식료품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반년여 걸리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가격이 꾸준히 올라간 탓에 이미 제품값을 올린 곳도 있습니다. 뚜레쥬르는 빵값을 약 9% 올렸고 파리바게뜨도 조만간 가격을 올릴 전망입니다. 롯데칠성음료는 6년 만에 음료수 가격을 평균 7.0% 올렸고 두부(10%), 반찬 통조림(36%)도 오름세입니다. 곡물가격이 과자, 라면, 즉석식품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국제 원자재·곡물 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 급등 현상은 유동성이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로 풀리고, 원자재 가격이 1년 반∼2년 동안 급등한 후 상승 폭을 줄여나가며, 그럼에도 소비자물가는 더 오랜 기간 올라가는 '슈퍼사이클'의 초입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은 통화량 확대 후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유가가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곡물값도 급락했던 만큼, 최근 0%대에 머무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3∼4월 기저효과에 1%대로 올라갈 전망입니다.
일부 원자재와 곡물값은 계속 오르더라도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자체는 계속 급등하지는 않으리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농산물과 유가가 물가 상승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초(超)인플레이션이 나타나려면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자재·곡물값과 공공요금은 우상향 곡선을 그리겠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 지표 자체는 통화정책의 변화를 끌어낼 정도로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려면 수요회복이 먼저 나타나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