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팸 [사진 제공=CJ제일제당] |
2002년 배우 김원희가 모델로 나온 '스팸' 광고 문구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에 짭조름하고 고소한 스팸은 식욕을 자극했다.
스팸은 2000년대 초반까지 부유한 사람들이나 먹는 귀한 먹거리로 여겨졌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도 스팸은 "비싸서 가끔씩만 사오는 거"라는 대사가 나온다.
스팸은 명절 선물로도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대형마트가 급성장하면서 마트판매용 선물세트로 나오기 시작했다. 식용유, 참기름 등과 함께 대표 가공식품 선물세트로 자리잡았다.
처음에는 프리미엄 제품 이미지에 힘입어 비싼 선물세트로 여겨졌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실속형 선물로 자리잡았다.
스팸 매출은 1987년 70억원에서 1997년 520억원으로 7배 넘게 증가했다. 2017년에는 3300억원, 2018년에는 4190억원, 2019년에는 4200억원, 지난해에는 45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캔 햄 시장에서 스팸 점유율은 60% 수준이다. 연 매출 60%는 선물세트 몫이다.
누적 매출액은 4조원이 넘는다.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12억개(200g 기준)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민 1명당 24개를 먹은 셈이다.
한국인의 스팸 사랑은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 경제전문채널 CNBC는 1년전 '스팸에게 무슨 일이?(What happened to spam?)'라는 제목으로 스팸 최대 소비국 중 한곳으로 한국을 지목했다. 또 한국에서 스팸 인기는 선물세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팸, 미군 전투식량으로 한국전쟁 때 상륙
↑ 스팸 선물세트 [사진 제공=CJ제일제당] |
국내에는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 때 미군을 통해 들어왔다. 고기는 말할 것 없고 음식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시절, 스팸은 부유층이나 미군과 끈이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1980년대 중반 국내 캔 제품 시장 진출을 고민하던 CJ제일제당은 1986년 호멜과 기술제휴를 맺은 뒤 이듬해부터 스팸을 생산했다.
스팸은 출시 첫해에만 500t이 팔렸다. 당시 런천미트, 로스팜 등 먼저 시장을 장악한 제품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다른 제품보다 비쌌지만 반찬으로 제격인데다 휴대하기 편하고 보존 기간이 길어 인기를 끌었다.
2002년 '따뜻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라는 광고가 히트하면서 스팸은 반찬용 햄의 대명사가 됐다.
스팸은 코로나19 사태로 집밖은 위험하다고 여기는 집밥족에게 환영받는 반찬이다.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300억원 증가한 이유도 외식을 자제하는 분위기에다 재택근무 확산과 온라인 학교 수업 등으로 집밥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스팸, 밥 반찬에서 요리 재료로 신분 상승
↑ 스팸 선물세트 [사진 제공=CJ제일제당] |
CJ제일제당은 스팸 생존을 위해 10~20대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맛 트렌드를 반영한 '스팸리치치즈', '스팸핫&스파이시', '스팸 마라' 등 신제품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10∼2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책의 일러스트를 제품에 디자인한 한정판도 내놨다. 페이크 굿즈 콘텐츠도 제작하면서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있다.
스팸을 꼬치바 형태로 즐길 수 있는 '맥스봉 직화구이 꼬치바 스팸'도 지난해 출시했다. 밥 반찬인 스팸을 꼬치에 꽂아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저염 제품인 '스팸마일드'도 선보였다. 나트륨 함량
CJ제일제당은 밥 반찬에서 '요리 재료'로 스팸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레시피를 개발해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보이는 '스패밀리'가 대표적이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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