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금산군에서 깻잎 농사를 짓는 한 고령의 농부에게 문자 메시지가 날라왔다. '곧 소나기가 내릴 예정이니 환기막을 닫아주세요.' 농부는 스마트폰에서 '환기막 닫음' 표시를 누른 뒤 한숨 돌렸다. 오후 늦은 시각 다른 문자가 날라왔다. '오늘 밤 온도가 급강하할 예정이니 보온막을 쳐주세요.' 그는 이번엔 '보온막 닫음'을 누르고는 편안한 저녁 시간을 보냈다.
국내 최대 깻잎 산지인 금산에 있는 농부들이 꿈꾸는 삶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깻잎은 다른 농사에 비해 손이 많이 가기로 유명한 작물이다. 깻잎은 온도와 습도 관리를 섬세하게 해야 하는 데다 조금만 실수해도 병해충이 잘 생긴다. 금산이 전국 깻잎 생산량의 42%를 차지하는 최대 산지로 성장한 것은 그만큼 농부들이 많은 땀을 흘렸다는 뜻이다. 더구나 금산 깻잎 농가는 다른 곳보다 농가당 규모가 작고 고령자 비중이 높다. 갑자기 비가 내리거나 밤 기온이 급강하하면 언제라도 비닐하우스로 뛰어가야 하는 일이 제일 고역이다.
그런데 금산 깻잎 농가들이 이제 세계적인 IT기업인 미국 아마존의 도움으로 농사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같은 ICT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비닐하우스 설비를 자동화하고, AI를 활용해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깻잎 농부의 꿈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 |
↑ 충남 금산군 추부면에 위치해 있는 한 농가 비닐하우스 안에서 깻잎이 자라고 있다. |
아마존 측은 국내에서의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자신들이 보유한 ICT 인프라 지원 대상을 물색했고, 동아대와 에이넷테크놀로지 측이 아마존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상으로 스마트팜을 제안하면서 일이 급진전됐다. 2016년 부산으로 들어온 AWS CIC는 클라우드 인프라 제공과 유망 스타트업 발굴 등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에이넷테크놀로지는 농업에 ICT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최대 깻잎 생산지인 금산군에서 영세 고령농가 지원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면서 4자간에 의견이 모아졌다.
![]() |
↑ 서현권 동아대 생명자원산업학과 교수(에이넷테크놀로지 대표) |
이런 상황을 파악한 서 교수가 아마존이 보유한 ICT 인프라를 활용하면 깻잎 농가에 도움이 되는 AI 스마트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 교수는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개최된 '제2회 세계농업AI대회'에 한국 디지로그팀 팀장으로 참석해 당당히 3위를 차지한 농업분야 ICT 전문가다. 서 교수는 "각기 다른 곳에서 일하는 디지로그 팀원들과도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에는 문정우 금산군수(57)가 적극 나섰다. 농업인 출신으로 누구보다 깻잎 농가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문 군수가 팔을 걷어부치고 아마존 유치에 나섰다. 문 군수는 "깻잎 농사는 하우스 시설 개폐, 병충해 예찰, 관수 조절, 액비 공급 등 연중 하루도 쉬지 못하고 고된 작업에 매달려야 한다"며 "AI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을 접목하면 획기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재배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하면 향후 어떤 상황에서도 고령농들이 깻잎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
↑ 문정우 금산군수(왼쪽)가 추부면에 위치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농민 박종섭 씨 부부와 함께 다 자란 깻잎을 수확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금산군] |
기본적으로 작물 모니터링을 위한 센서도 다양하게 설치될 전망이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