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별·전국민 동시 재난지원금 추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재정당국 입장을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다른 의견이 있는 사항에 대해 국민들에게 확정된 것으로 전달될까봐 재정당국 입장을 말한 것"이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많이 숙고하고 절제해 정중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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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21.2.3.김호영기자 |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의 선별·전국민 동시 지원 준비 발언에 즉각 반대 의사를 표명한 홍 부총리는 이날은 톤을 조절하며 상황을 진화시키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홍 부총리는 이어진 질문에 "제가 드리고자 하는 내용은 어제 SNS에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더는 답변 드리지 않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홍 부총리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지지지(知止止止)'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지지지는 도덕경에 나오는 표현으로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가 여당의 이번 보편·전국민 동시 지원 방침을 막지 못하면 부총리 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홍 부총리는 1·2·3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 유지 등을 놓고 당정 간 갈등을 거듭하다 결국 항상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홍두사미'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번에도 여당이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홍 부총리가 뜻을 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는 지난해 11월 양도세 부과 기준 유지를 막지 못했을 때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반려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 4차 재난지원금 논의에 본격 착수한 만큼 2년 연속 1분기에 추경을 편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치권 안팎에서 20~30조원 수준의 추경이 거론되는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 추경이었던 지난해 3차 추경(35조3000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일 수 있다는 관측도 일부 있다.
3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예비비가 대거 투입돼 남은 예비비가 2조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4차 재난지원금은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마련이 불가피하다. 올해 본예산 기준 연말 국가채무는 956조원, 국가채무비율은 47.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 20조원 규모의 추경이 편성된다고 가정하면 연말 국가채무는 976
기재부 관계자는 "당내에선 추경 규모를 얘기할 수 있겠지만 다수의 의사결정 참여자들 간 협의와 절충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며 "시기나 대상 등 정해진 사항이 하나도 없는 현재로선 규모가 얼마나 될지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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