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1월, 국내 판매 1위를 차지한 그랜저 [사진 제공=현대차] |
매경닷컴이 1일 국산차 브랜드의 올 1월 판매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그랜저는 1월에 8081대 판매되며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는 기아 카니발로 8043대가 판매됐다. 그랜저와 38대 차이에 불과했다. 현대 포터는 7952대로 3위, 기아 쏘렌토는 7480대로 4위를 기록했다.
현재 판매되는 그랜저는 지난 2019년 11월 출시된 6세대 부분변경 모델이다. 지난해에는 14만5463대를 판매하며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내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대신 대기록 수립은 실패했다. 현대차 쏘나타가 지난 2010년 판매대수 15만2023대로 세운 '국산차 연간 판매 신기록' 타이틀은 놓쳤다.
판매 신기록 타이틀은 가져오지 못했지만 '국민차' 타이틀은 그랜저 몫이 됐다. 현대차 아반떼·쏘나타에 이어 4년 연속 1위를 기록하면서 명실상부 '국민차'로 인정받고 있다.
그랜저는 카니발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지만 1년 가까이 진행된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1위 자리를 지키는 기염을 토했다. 연말연시 일상이 된 대대적인 할인이나 무이자 할부도 진행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판매 성적은 더 빛난다.
↑ 국내 판매 1위 그랜저 [사진 제공=현대차] |
디자인은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콘셉트카로 여길 정도로 파격적이고 멋스럽다. 실내는 준대형 세단을 넘어 대형 세단에 버금갈 정도로 안락해졌다.
경쟁차종은 물론 더 비싼 수입차종도 따라올 수 없는 안전성과 편의성도 갖췄다. 중형 세단 구매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3000만원대 가격도 매력적이다.
디자인, 성능, 편의성, 안전성 못지않게 소유자나 다른 사람에게 직간접적으로 전달되는 '이미지'도 더뉴 그랜저 판매에 기여했다.
그랜저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성공'이다. 그랜저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처럼 E세그먼트(Executive cars, 프리미엄 중형·준대형차급)에 해당하다.
E세그먼트 세단은 더 럭셔리하지만 부유하지 않으면 구입하기 어려운 F세그먼트(럭셔리카급)의 대형 세단보다 많이 팔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
'이그제큐티브(Executive)'도 경영진, 중역, 고급이라는 뜻을 지녔다. E세그먼트는 성공한 직장인이 오너드리븐(차주가 직접 운전하는 차)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처럼 여겨진다.
↑ 국내 판매 1위 그랜저 [사진 제공=현대차] |
그랜저 CF에는 엄마가 아들이 타고 온 더뉴 그랜저를 보고 "엄마, 차 좀 보소. 성공한 겨?"라는 내용이 나온다. '성공' 욕구를 자극하는 동시에 더뉴 그랜저 자체도 성공하겠다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결과는 '성공'이다.
그랜저는 고객층도 넓혀나가고 있다. 1~3세대에서는 50대 이상 '사장차'로 인지도를 쌓았다. 4·5세대에는 40~50대 '아빠차'로 거듭났다.
6세대 들어서는 젊어진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30~40대에게도 인기를 끌며 '젊은 아빠차' 또는 '오빠차'로도 여겨졌다. 6세대 부분변경 모델인 더뉴 그랜저는 '엄마차'로도 자리잡고 있다.
↑ '성공'을 내세운 그랜저 CF [사진 제공=현대차] |
연령별로는 20~30대가 22%, 40~50대가 61%, 50대 이상이 16%다. 아직은 남성과 40~50대가 그랜저를 많이
그랜저 앞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카니발의 도전도 거세지만 그랜저에 밀린 기아 K7이 올 상반기 '절치부심'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로 다시 도전하기 때문이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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