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도 취소됐는데 어디 입고 나갈 데도 없고…."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모 씨(57·여)는 올해 큰 맘먹고 구입하려던 밍크코트를 포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계모임을 비롯한 각종 모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200만원에 가까운 코트를 사는덴 다 이유가 있지 않냐"며 "보여줄 곳도 없는데 굳이 살 필요가 없다"고 13일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모피류 수입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연초면 쏟아지던 각종 송년회와 신년회, 계모임 등 50~60대들의 만남의 장이 사라진 탓이다. 여기에 최근 동물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 백화점 모피 판매량 30% 감소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모피·모피의류·부속품 수입액은 1억1597만 달러로 전년 동기간(2억2807만 달러)대비 49% 줄었다. 이는 2019년 전년대비 감소율(-27%)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밍크와 여우, 라쿤 등의 동물 모피를 사용한 국내 모피 의류는 국내 생산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국내 모피업체들은 모피를 수입해 제작하는 데, 이 중 80%가 유럽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인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백화점과 아웃렛에서도 모피 의류 판매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주요 백화점에 입점한 모피 브랜드들은 올 겨울 매출이 30~4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모피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안 좋아지고, 외부 활동이 제약되면서 주 고객층인 50~60대들의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롯데와 현대백화점 등은 지난해 말 재고 처리를 위해 고급 모피의류를 60~80% 가량 싸게 파는 눈물의 세일을 실시한 바 있다.
◆ 동물보호 '비건 패션'도 영향
'비건 패션' 트렌드도 모피 소비 감소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건 패션은 동물학대나 착취 없이 만들어진 옷을 뜻하는데, 최근 가치 소비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에 따르면 전 세계 모피의 80% 가량이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다. 앞서 미국에서는 9개 모피 농장에서 약 1만마리의 밍크가 코로나19에 감염돼 폐사하는 일도 벌어졌다.
모피코트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선 대략 50~100여마리의 밍크나 수달, 족제비 등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2018년 의류와 장신구를 제작하는 데 동물의 털과 희귀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모피협회도 지속 가능한 천연 모피 글로벌 인증 '퍼 마크(FURMARK)'에 따라 검증된 농장과 경매를 통해서만 모피를 공급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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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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