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사진 = 한경우 기자] |
A씨 같은 고민을 하는 사회초년생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처음 돈을 벌기 시작했으니 사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러나 서울에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몇 년은 모아야 한다는 뉴스가 잊을만하면 나온다. 그런데 노후 대비까지 해야 한다. 노후 대비를 위해서도 집값만큼의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평균 7억원이 있어야 노후대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20~30대의 이런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지난해 31일 매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퇴직연금부터 운영하면서 투자에 대해 공부하라"고 운을 뗐다. 직장에 다니면 강제적으로 가입되고 확정기여(DC)형을 선택해 펀드처럼 운영할 수도 있지만, 이를 간과하고 조급한 마음에 다른 투자 대상을 찾는 직장인이 많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액(219조7000억원)을 가입 근로자(592만9000명)로 나누면 1인당 3705만원 꼴이다. 강 대표는 "1년 생활비도 안 되는 돈"이라며 "DC형을 선택해 직접 운영하며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매년 500만원의 적립금을 쌓는다고 가정한 뒤 1%의 수익률로 30년을 운영하면 약 1억 6000만원이 쌓인다. 하지만 수익률을 4%로만 올려도 적립금 규모는 약 3억 4000만원까지 불어난다. 이 돈을 국민연금과 합치면 어느 정도의 생활비는 마련할 수 있다는 게 강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미국의 젊은 사람들은 퇴직연금의 DC형 운영을 통해 펀드 투자를 처음 경험한다"며 "한국에서는 퇴직연금 운영에 대해 직장인들도, 노조도 관심이 없다. 회사에 퇴직연금과 관련한 교육이라도 해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제도로 강제되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에 개인연금까지 더해지면 노후 설계 업계에서 말하는 '3층 연금'이 완성된다.
강 대표는 "우선 퇴직연금으로 장기 적립식 투자에 대해 공부하고 작은 금액으로라도 개인연금에 가입한 뒤 여유가 있을 때 펀드 투자 등에 나서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재정적 여유는 벌이와 상관없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강 대표가 두 번째로 강조하는 게 '절약'이다. 그는 대표적인 절약의 대상으로 자동차와 커피를 꼽았다. 또 다른 투자 전문가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역시 자주 강조하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자동차, 결혼, 경조사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선진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낭비인 경우가 많아요. 고성장 시대를 살아온 부모 세대에는 많은 지출이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쉽지 않습니다. 이미 한국의 서점에서도 절약에 관한 책이 서가를 채우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절약을 강조하는 강 대표지만, '자신의 능력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말라고 조언한다.
오히려 돈을 빌려서라도 본업에서의 능력을 키우라며, 이게 자산 투자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식 직접 투자로 큰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있지만, 자신의 직업에서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면 투자에서의 성공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보지 못했어요. 가장 큰 투자 엔진은 자신의 직업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일을 오래 하는 게 중요해요."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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