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친자식' 요기요를 팔고 경쟁사 배달의민족을 품에 안는다. DH는 6개월 안에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성장세를 감안하면 요기요를 둘러싼 또다른 인수합병(M&A)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요기요, 10년 만에 DH와 결별
DH는 28일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DHK) 지분 100%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DHK는 국내에서 배달앱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곳이다. 이로써 요기요는 2010년 론칭 10년 만에 DH 품을 떠나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됐다.
배달의민족은 최대주주가 독일 기업으로 바뀐다. DH는 지난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88%를 4조75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DH는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다.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 중동 등 전세계 40여개 국가에서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토종앱인 배달의민족이 그동안 '민족 마케팅'을 전개했던 것을 감안해 온라인상에서는 "배달의민족이 게르만민족이 됐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 공정위 "배민 인수하려면 요기요 팔아야"
DH가 요기요를 매각하게 된 배경에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판단이 있다. 공정위는 이날 DH와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조건은 DH가 보유한 DHK(요기요) 지분 100%를 전부 매각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의 합병이 시장경쟁을 제한한다고 봤다. 국내 배달앱 1·2위인 배민과 요기요간의 경쟁이 사라지면 쿠폰 할인 행사 등이 감소하고 음식점 수수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로써 이번 합병으로 점유율 90% 이상의 '배달 공룡' 탄생은 불발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앱 시장에서 거래액 기준 배민과 요기요의 합계점유율은 99.2%에 달한다. 다만 DH는 국내 배달앱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됐다. 지난해 기준 배민과 요기요의 거래액 기준 점유율은 각각 78%, 19.6%다.
◆ 2조 요기요 매물로…수수료 인상 어려울 듯
요기요의 향후 행보를 두고도 관심이 쏠린다. IT업계에서는 요기요의 가치가 배달의민족(4조7500억원)의 절반 수준인 2조원대로 보고 있다. 인수 후보로는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11번가 등 IT 대기업들이 거론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최종 결론을 앞두고 몇몇 IT 기업이 요기요 인수를 검토했던 것으로 안다"며 "요기요를 2억원에 매각하게 될 경우 배민을 2~3조에 인수하는 것이어서 DH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배민과 요기요 모두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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