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남자들은 팬티에 있어 수동적이었다. 학창시절엔 어머니가 사다주신 하얀색 팬티를, 군복무 시절엔 국방색 팬티를 군말 없이 받아 입었다. 일부 복학생은 "보급품이 가장 편하다"며 제대 후에도 한동안 군대 팬티를 애용하기도 했다. 결혼 후 아내가 사다주는 팬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받아 입었다.
주는 대로 입던 팬티는 이제 '라떼'로 남았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제품과 TPO에 따른 맞춤형 제품이 남자들의 시선을 유혹하고 있다. 적당한 복근과 잘 어울리는 빅로고의 드로즈는 남자들의 '워너비 패션'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번 기자평가단은 시중에 판매중인 여러 형태의 팬티들을 골고루 입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 가지 제품만 사용했거나 연말 선물용으로 어떤 제품을 고를지 고민인 분들에게 참고할 만한 정보를 주는 것이 목표다. 체험한 제품은 휠라 '더 테니스 남성 브리프', 자주 '모달 퓨징 드로즈', 스파오 '3D 퓨징 심리스 드로즈', BYC '더블모달니트박서', 쌍방울 '스페셜티팬티 #E52'다. 각기 스타일이 다른 것을 감안해 점수를 책정해 비교하지는 않았다. 대신 열흘 이상 각 제품들을 번갈아 착용하며 장단점을 꼼꼼히 살펴봤다.
팬티는 착용감이 중요하지만 패션 요소를 무시할 수 없었다. 요즘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동차 승차감 못지않게 '하차감(주차후 내릴 때 사람들이 쳐다보는 기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속옷을 남들에게 노출하게 되는 순간 느끼는 자신감, 뿌듯함과 같은 소위 '탈의감'도 중요한 평가요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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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휠라 `더 테니스 남성 브리프` |
휠라 '더 테니스 남성 브리프'는 소위 말하는 삼각팬티다. 삼각팬티는 오랫동안 보편적인 남자팬티 역할을 수행했지만 지금은 드로즈에 자리를 양보한 상태다. 다리 부분이 없는 짧은 삼각형이라 바지 안에서 속옷이 말려 올라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제품은 얇고 부드러운 터치감의 폴리30D 소재를 사용해 피부에 닿는 촉감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박대의 기자는 "필요한 최소량의 천을 사용해 신체에 딱 고정되는 느낌이 좋았다"며 "남성의 주요 부위를 잘 고정시켜줘 큰 움직임에도 흔들림이 없었다"고 말했다. 강민호 기자는 "삼각이라 타이트하게 몸을 조일 줄 알았는데 탄력성이 좋아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심상대 기자는 "제대 후 오랜만에 삼각팬티를 입어 낯선 느낌이 있었다"며 "옆라인 높이가 짧아 남자 수영복 같은 스포티함이 느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말림은 없지만 밀착되는 느낌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태성 기자는 "허리 밴드 및 전체적인 착용감이 꽤 타이트한 편으로 일반적인 체형이라면 평소보다 한 치수 큰 사이즈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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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 `모달 퓨징 드로즈` |
자주의 '모달 퓨징 드로즈'는 너도밤나무 펄프를 원료로 한 모달 소재를 사용해 촉감이 부드럽고 봉제선이 없는 퓨징 기법이 특징이다. 사타구니 부분을 조이지 않으며 핏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어 드로즈는 남성들의 '대세 팬티'라 할 수 있다. 참가자 5명중 4명도 평소 드로즈를 즐겨 입는다고 답했다. 해당 제품은 부드러운 감촉이 장점으로 꼽혔다. 같은 치수 기준으로 다른 제품에 사이즈가 넉넉한 것도 눈에 띄었다. 이영욱 기자는 "모달 소재라 착용감이 부드럽고 맨살에 닿는 느낌이 좋았다"며 "물에 젖어도 비교적 빨리 마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강민호 기자는 "드로즈지만 딱 붙는 형태보다는 품이 커서 편안함이 느껴졌다"며 "살짝 여유 있는 드로즈를 선호하는 분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디자인적으로 밋밋한 느낌은 아쉬움으로 꼽혔다. 심상대 기자는 "의도된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심한 면이 있다"며 "입었을 때 강한 느낌보다는 '초식남'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속옷"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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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오 `3D 퓨징 심리스 드로즈` |
스파오 '3D 퓨징 심리스 드로즈'는 인체 구조에 맞춘 3D 패턴 설계와 땀을 신속하게 흡수, 방출시키는 가공이 특징이다. 디자인은 역시 패턴이나 로고가 드러나지 않은 심플함이 돋보인다. 김태성 기자는 "신축성이 뛰어나고 입었을 때 딱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며 "심리스 제품이라 허리 밴드 부분이 부드럽고 조이지 않는 것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영욱 기자는 "마치 팬티를 입지 않은 것처럼 소재가 얇아 두께감 없는 바지를 입더라도 크게 티가 안났다"며 "샤워 후 바로 입었을 때도 물기가 빠르게 건조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디자인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대의 기자는 "밑위가 길어서 드로즈임에도 다소 펑퍼짐한 느낌"이라며 "복부와 허벅지를 조금 더 단단하게 잡아주기를 원한다면 사이즈를 하나 작게 입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심상대 기자는 "전면 하단 부분이 '닭벼슬'처럼 살짝 뾰족한 느낌이 들면서 공간이 좀 남는 느낌"이라며 "외국인 모델 같은 핏이 나오지 않아 입는 동안 조금 의기소침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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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C `더블모달니트박서` |
BYC '더블모달니트박서'는 친환경 천연섬유로 만든 트렁크 팬티다. 촉감이 부드럽고 은은한 광택이 나며 전면부 안쪽 부분에 텐셀(TENCEL)망사원단을 설치해 남성 주요 부위 분리 기능을 갖췄다. 김태성 기자는 "부드러운 소재 트렁크로 사이즈도 넉넉해 가장 편안했다"며 "주요 부위를 분리해주는 그물이 있어 평소 땀이 많은 사람이나 더운 여름철에 착용하면 유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대의 기자는 "평소 드로즈를 약간 타이트하게 입는 편이라 트렁크 팬티를 입는 순간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 같은 신세계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트렁크 본연의 '아재 느낌' 디자인은 단점으로 꼽혔다. 이영욱 기자는 "헐렁한 느낌이 아빠팬티를 가져다 입은 것 같은 느낌"이라며 "오빠보단 아빠가 연상되는 룩이며 옷태를 중요하게 보는 사람들이라면 다소 신경 쓰일 수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강민호 기자는 "헐렁한 속옷이다 보니 바지를 입을 때 말려 올라가는 필연적 단점이 있다"며 "품이 넓다보니 남성 주요 부위의 고정이 잘 안됐고 걸을 때마다 흔들거림이 느껴져 불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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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방울 `스페셜티팬티 #E52` |
쌍방울 '스페셜티팬티 #E52'는 폴리스판 메쉬쟈카드 조직을 사용해 쾌적하고 블랙 컬러를 사용해 세련된 섹시함을 강조했다. 체험자들은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계속 몸이 들어올려지는 기분", "거울 앞에서 도저히 뒤돌아볼 자신이 없었다", "엉덩이에 끼이는 것을 빼내는 게 맞는지 그냥 두는 게 맞는지 혼란스러웠다"라며 '충격과 공포'에 가까운 경험들을 쏟아냈다. 박대의 기자는 "둔부 사이의 골에 밀착될 때까지 바짝 올려 입어야한다는 점에서 민망함을 감출 수 없었다"며 "입고 있는 내내 엉덩이가 바지를 먹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심상대 기자는 "엉덩이 사이에 끼인 가느다란 밧줄이 몸을 들어 올리는 기분"이라며 "화장실에서 옷을 추스를 때도 누가 볼까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강민호 기자는 "제품 전면부 면적도 좁다 보니 남성 주요 부위를 제대로 감싸는데 어려움이 따랐다"고 말했다. 요가, 필라테스
, 사이클 등의 운동에 어울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태성 기자는 "운동할 때 착용하면 좋다고 해서 실제로 입고 사이클을 타봤다"며 "엉덩이 부분의 특이한 느낌은 적응이 어려웠지만 흔치않은 남성용 티팬티로 소비자 선택폭 확대한 것이 의의"라고 말했다.
[정리 = 심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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