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이번주 중 사장단을 포함한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불법 경영 승계 의혹 재판 등 오너 관련 사법리스크가 길어지면서 다음 해로 인사가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신속한 인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인사 기조는 '안정 속 쇄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대부분 유임하되 부사장급 이하 임원들은 쇄신 폭을 키우는 세대교체 인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각 계열사는 이 같은 임원 인사 일정을 최근 확정했다. 사장단 인사는 이르면 2일 또는 3일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는 퇴임자들에 대한 개별 통보를 시작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주요 사업부 부사장급 이하 인사 폭이 예년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번에 수술폭이 큰 조직으로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이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2015년 12월 차량용 전자장비 부품을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로 점 찍고 당시 권오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직속으로 전장사업팀을 신설해 박종환 부사장을 팀장으로 임명했다. 이듬해에는 9조4000억원을 들여 미국 전장 기업 하만 인터내셔널을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이 추진 동력을 잃으며 최근 쇄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토모티브 분야는 삼성전자가 그간 주력해온 모바일 사업과 품질 등 여러 환경이 달라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 대내외적으로 조직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모바일·반도체 제조 부문에서 세대 교체 인사를 실시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공정 기술이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쇄신 인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정보기술(IT) 분야 계열사 CEO의 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올해 삼성은 사장단 인사를 우선 하고 며칠 시차를 둬 임원 인사를 실시하던 예년 관행과 달리 사장단·임원 인사를 함께 전망"이라며 "다만 사장단 인사를 2일 실시한 뒤 3~4일 께 임원 인사를 내는 시나리오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의 올해 임원 인사는 계열사 수뇌부는 최대한 안정을 유지하되 임원진 쇄신 폭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주요 부문장은 대부분 유임하되 부사장급 이하로 교체 폭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김기남(부회장)·고동진·김현석 사장 등 삼성전자 주요 부문장과 주요 사업부장이 진용을 갖춘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서 CEO 인사폭은 최소화하겠지만 그 이하 경영진의 인사폭은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대대적인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 금융 계열사는 삼성생명·증권·카드를 비롯한 계열사 CEO가 올해 선임돼 대부분 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임기 3년째인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사장)도 유임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불법 회계 사건 등으로 주요 임원진이 기소된 삼성물산도 이영호 대표이사(사장)를 비롯한 경영진의 유임이 예상된다.
삼성은 2015년까지 매년 11월말~12월초에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2016년 말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삼성의 인사는 매년 불확실성이 크다. 2016년 임원 인사는 이듬 해 상반기로 밀렸고 지난 해 인사도 올해 1월 20일에 단행됐다. 삼성 계열사들은 이번 주 임원 인사를 마치는대로 이달 중순까지 조직 개편 등 후속 조치를 끝낼 예정이다.
한편 재계의 초미의 관심사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연내 회장 취임은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등 사법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이유에서다. 사건 심리를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다음 달 최종 변론 기일을 연 뒤 이르면 내년 1월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노현 기자 / 이종혁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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