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올 3분기 반도체·자동차 수출 '약발'에 반짝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우리 경제 수출 의존도가 부쩍 높아진 상태에서 달러당 원화값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고, 국내외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도 심각해 4분기 이후 한국 경제를 낙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1일 한국은행은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를 발표하며 3분기 GDP가 전 분기 대비 2.1%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0월 한은이 발표했던 3분기 GDP 속보치(1.9%) 보다도 0.2%포인트가 높아진 수치다. 분기 기준으로 놓고 보면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지난 2009년 3분기(3.0%)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다.
↑ 1일 한국은행은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를 발표하며 3분기 GDP가 수출 등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2.1% 늘어났다고 밝혔다. <매경DB> |
속보치 발표 때는 오롯이 반영하지 못했던 3분기 통계를 넣어 돌려보니 성장률이 더 좋게 나왔다. 설비투자(1.4%포인트), 건설투자(0.5%포인트), 수출(0.4%포인트) 민간소비(0.1%포인트) 등이 당초 전망보다 양호했다.
3분기 성장률을 떠받친 건 수출이다. 반도체,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이 2분기보다 16.0%나 늘었다. 튀어오른 폭만 놓고 보면 지난 1986년 1분기(18.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입은 원유·화학제품을 중심으로 5.6% 늘었고, 설비투자는 기계류·운송장비를 비롯해 8.1%가 증가했다.
국내 산업 대들보인 제조업도 바닥을 짚었다. 업종별 생산을 쪼개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각 7.8%, 0.9% 성장했다. 제조업 가운데서도 운송장비(16.1%), 컴퓨터·전자·광학기기(10.1%) 업종이 성장을 주도하며 '투톱'을 이뤘다.
↑ 분기별 경제성장률 추이 <자료=한국은행> |
겉보기에 수출·투자 효과로 3분기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것 같지만 면면히 따져보면 불안요인이 많다. 일단 올해 코로나19로 불 붙었던 폭탄에 급한 불은 껐다는 표현이 적당하다.
한은은 수출 성장 등에 힘입어 지난 26일 올해와 내년 GDP 전망치를 이전 전망 대비 0.2%포인트씩 높여 -1.1%, 3.0%로 잡았다. 3분기 성장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결국 올해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 경제가 연간 마이너스 성장한 때는 지난 1980년(-1.6%), 1998년(-5.1%) 두 차례 밖에 없다. 한은 전망대로 올해 성장률이 확정되면 외환위기 충격 이후 22년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한 해가 된다.
앞으로 경제 상황은 밝지 않다. 당장 급등하고 있는 달러당 원화값이 변수다.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부쩍 높아진 상태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면 경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분기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전기 대비 3.7% 포인트 늘었다.
코로나19로 초토화됐던 민간소비 온도는 여전히 차갑다. 3분기에도 민간소비는 의류 등 준내구재 판매 부진으로 제로성장(0.0%)에 그쳤다. 지난 분기 성장률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3분기 성장률이 높아보이는 기저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전년 동기 대비 3분기 성장률은 -1.1%로 여전히 영하권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은 더 크다. 지난달 부터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고 미국 확진자는 연일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는 등 해외 주력 시장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 경제활동별 국내총생산 <자료=한국은행> |
내년 이후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최대 1.6%포인트나 성장률 격차가 발생하는 등 온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한은이 설정한 내년 성장률 전망(3.0%)은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올 겨울 이후에는 간헐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상황을 전제해 짰다. 여기에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이 내년 중후반 이후에는 점차 진정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상황이 심각해져 올 겨울 이후에도 국내 재확산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도 2022년 중반 이후에야 잦아드는 사태가 벌어지면 내년 성장 전망은 3.0%에서 2.2%로 0.8%포인트 깎여나간다. 비관적 시나리오가 계속되면 2022년 성장률도 0.6%포인트(2.5%→1.9%)가 낮아진다.
↑ 국내총생산에 대한 지출 <자료=한국은행> |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에도 민간부문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올해처럼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패턴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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