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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호준 작가 [사진 제공 = 번개장터] |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인 인공위성을 띄워 주목 받았던 송 작가는 이제 그 인공위성을 포함한 개인적인 물건을 모두 팔아 전세계 요트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모든 물건은 온라인 중고마켓인 번개장터에서 구매할 수 있다.
송 작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갖고 있는 물건을 모두 팔 거라고 했더니 번개장터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마케팅 부서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취향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나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 프로젝트 방식으로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엔 물건을 필요에 의해 산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되파는 행위 자체를 낭비의 결과로 봤다"면서 "그런데 사고 파는 걸 인간의 자연스럽고 본질적인 행위로도 볼 수 있지 않나. 다양한 물건을 사들인 과거의 나도, 버리거나 낭비하지 않고 되파는 나도, 중고 거래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나도 여러 다양성 중 하나로 인정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송 작가와 번개장터의 일명 '요트 프로젝트'는 시작 2개월 만에 입금 기준 1000만원 정도 모였다. 그가 사용해온 노트북부터 수집하듯 모아온 기계 부품들, 캠핑용품도 있다. 아직 팔리지 않은 개인 인공위성과 우라늄 목걸이를 비롯해 괄약근을 조이는 방식으로 선생님에게 수업 피드백을 보내는 이색 항문 컴퓨터 인터페이스 ACI도 현재 구매 가능하다.
송 작가는 "중고 물품은 과거 자신의 이름이기도 하고 설명서이기도 하다. 관심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뭘 샀는지 남에게 공개하기 때문에 탈권위적으로도 다가온다"며 "작가로서의 이번 프로젝트 핵심은 뭔가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들을 내다 판다는 점이다. 새롭게 만들어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작업장을 해체시키고 중고 거래를 하는 과정이 권위를 무너뜨리는 퍼포먼스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작가는 앞서 예능 프로그램 '요트 원정대' 촬영으로 처음 바다를 진심으로 마주했다. 그는 "촬영을 떠나기 전 혹시 몰라 주변을 정리하고 지인과도 화해했다. 동중국해에서 거친 파도를 넘어야 했는데 산과는 다르게, 그 바다가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돌아오자마자 다시 떠나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허무맹랑한 도전이 아니라는 것을 주변에서도 체득하고 있다. 내 주변에 자신의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사실 집에 비교하면 요트는 저렴한 편"이라며 "오히려 집을 구하는 것보다 나의 도전이 소박한 것 같다"며 웃었다.
송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일을 끊임없이 찾고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하고 싶은 거나 좋아 하는 게 저절로 생기진 않는다. 찾아 다녀야 하고, 그리고 그건 상황이나 세월에 따라 계속 바뀐다"며 "지금 당장 생산성이 없어도 좋다. 예전엔 그라피티가 놀이였지만 지금은 산업이 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또한 "자기가 좋아하는 게 있으면 남을 해치지 않는다. 여유롭게 웃으며 할 수 있다. 좋아하는 걸 찾으면 세상에 맛있는 요리, 멋진 옷, 더 잘 나가는 자동차
[배윤경 기자 bykj@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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