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공시장에서 몸집을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통합 대한항공 탄생을 대비해 운수권·슬롯 확보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을 곧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국토발전전시관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손명수 국토교통부 2차관의 표정은 어두웠다. 최근 정부와 채권단이 추진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이 시작부터 암초를 만난 상황에서 이날 일본 정부도 국적항공사 통합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손 차관은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가 합쳐지면 보유 기체만 400여대에 달하는 '메가 항공사'가 탄생해 대한항공과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은 국내 항공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마지막 기회"라고 호소했다.
↑ 손명수 국토교통부 2차관 |
이번 M&A에 사활을 건 항공당국 입장에서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항공산업 재편의 마지막 불씨가 꺼져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손 차관은 최근 글로벌 대형항공사(FSC)들이 '몸집 키우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 선택이라기보다는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항공업계 트렌드를 보면 보유 기체대수가 최소 200대는 돼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대한항공이 보유한 164대만으로는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실제 글로벌 항공업계에서는 코로나 위기 이전부터 파산하는 항공사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에만 XL 에어웨이스(프랑스), 토머스 쿡(영국), 아드리아항공(슬로베니아)가 날개를 접었고, 코로나 위기가 닥친 올해에도 버진 애틀랜틱(영국), 아에로멕시코,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항공 등이 파산했다.
정부는 이번 인수합병이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다. 손 차관은 "이번 딜이 무산되면 벌어질 후폭풍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며 "지금 통합에 성공하면 손실을 몇 천억 수준에서 막을 수 있지만 (통합이) 무산될 경우엔 (손실이) 몇 조 단위로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잠식률만 50%가 넘어가는 아시아나항공을 이대로 끌고 갈수록 손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결국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이 짊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손 차관은 '통합 대한항공'이 탄생할 경우 항공사의 필수자산으로 꼽히는 운수권과 슬롯(특정 시간에 공항을 사용하는 권리) 확보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차관은 "두 항공사가 합쳤을 때 가장 시너지가 날수 있는 부분이 운수권과 슬롯"이라며 "세계 유수 항공사들이 덩치를 키우는 것도 메이저 공항에서 슬롯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고 이것이 곧 경쟁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사별로 허브공항이 정해져 있는 미국은 한 항공사가 허브공항에서 70~80%의 슬롯을 가지고 있고, 다른 메가 캐리어들도 허브공항에서 슬롯 확보율이 40% 이상이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공항 슬롯 확보율은 각각 24%, 16%에 그치고 있다.
손 차관은 "글로벌 메가 캐리어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슬롯 확보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얼라이언스에 끼워주질 않는다"며 "결국은 서로 조인트해서 티켓을 같이 팔아야 하는데 항공 통합의 목적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두 항공사가 합쳐질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업계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손 차관은 “양사 중복인력은 1천명 정도로 추산하는데 대한항공에서만 연간 인력 자연감소가 1천명 수준”이라며 “인위적으로 인력을 구조조정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두 항공사간 중복 노선은 정리하면서 동일한 노선에서 다양한 시간대(슬롯)의 항공편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신규항로를 적극 개척한다면 결국 소비자 편익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토부가 항공산업발전조합 설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항공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맞닿아 있다. 항공사가 항공기를 도입할 때 조합이 리스나 금융기관 융자에 대한 지급 보증을 해주면 항공사의 영업비용 중 약 15%를 차지하는 항공기 리스 조달과 이자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차관은 "아랍에미리트 항공은 비행기를 한번 구매할 때 100대씩 사버리니 대당 3000억원만 주면 되지만 우리는 발주 규모가 고작 10여대 수준이어서 한 대당 4000억원을 줘야 한다"며 "벌써 원가에서만 25% 차이가 나서 경쟁이 안 되는데 조합이 든든한 보증을 해주면 금융 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는 항공 수요가 예년 수준을 회복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손 차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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