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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달앱 결제액 8조
국내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등장한건 10년 전인 2010년이다. 당시 스타트업 스토니키즈는 전단지 없는 세상을 꿈꾸며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배달앱 '배달통'을 출범했다. 현관문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전단지 정보를 모아 앱에서 한꺼번에 보여주는 서비스는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같은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 IT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배달앱 시장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IT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결제액 올해 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배달앱 시장점유율은 1강·1중·1약 체제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지난 8월 안드로이드OS를 분석한 결과, 배달의민족 사용자는 1066만명으로 점유율 1위(62%)를 기록했다. 이어 요기요(31%), 쿠팡이츠(4.3%), 배달통(1.5%), 위메프오(1%) 순이다. 이중 쿠팡이츠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해 출범한 쿠팡이츠는 로켓배달과 할인 정책으로 올해 6월 배달통을 꺾고 단숨에 점유율 3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쿠팡의 브랜드파워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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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출처 = 아이지에이웍스] |
배달앱은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꿔놨다. 먼저 "제 돈을 주고 먹으면 아깝다"는 것이다. 주문과 결제를 한 번에 할 수 있다는 편리함도 생겨났다. 코로나19로 주문이 쏟아지자 후발주자들은 거침없는 할인 공세를 폈다. 예로 쿠팡이츠는 첫주문 고객에 한해 최대 1만원을 할인해준다. 이에 배민은 요일별 최대 6000원 할인, 요기요 익스프레스는 배달비 0원 등으로 맞불을 놨다.
불만도 생겨놨다. 최소주문금액 논란이 대표적이다. 배달앱 대부분은 주문 시 최소금액을 정해놓고 그 이상을 주문해야만 배달이 가능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배달대행료 3000~4000원을 내는데 최소주문금액을 적용하는 건 이중 부담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 중 82.8%는 '최소 주문금액을 맞추려 필요 이상으로 주문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음식점주 입장에서는 배달앱 수수료가 언제 오를지 노심초사다.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에 따르면 외식배달 음식점 2000곳 중 79.2%가 배달앱사에 지불하는 광고비와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배달의민족은 정액제 외 정률제 요금제인 '오픈서비스(주문금액의 수수료 5.8%)'를 도입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전면 폐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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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사진 제공 = 각사] |
국내 배달앱 시장은 IT 공룡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는 2017년 '카카오톡 주문하기'를 론칭했고, 네이버는 '스마트주문' 서비스를 출범했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가장 큰 무기는 접근성과 데이터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처럼 별도의 앱을 다운로드하지 않아도 늘 사용하는 메신저와 포털에서 주문하면 되기 때문이다. 자체 모바일 결제도 강점이다. 지난해 기준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의 월 이용자는 각각 1000만명 이상이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합병도 변수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지난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87%를 4조75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배달앱 1위와 2위가 합병하는 빅딜이었다. 당시 배민 측은 "국내외 거대 자본의 공격이 지속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게 IT업계의 현실"이라며 합병 이유를 밝혔다. 쿠팡이츠와 네이버, 카카오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DH에 합병 조건으로 요기요를 매각
공정위는 다음달 9일 전원회의를 열어 기업결합 승인 조건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합병이 승인될 시 시장점유율 99%에 달하는 거대 배달앱이 탄생하게 된다.
[신미진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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