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새주인이 된다는 소식을 접한 HDC현대산업개발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직까지는 특별한 반응이 없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빠른 아시아나항공 재매각 소식에 HDC현산이 적잖이 놀랐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한 향후 성패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HDC현산은 당장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이 제기한 2500억원 규모의 계약금 몰취 소송에 대응해야 한다.
16일 재계의 한 관계자는 "HDC현산 이번 딜에 대해 공개적으로 할 말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인수를 추진했다 포기한 아시아나항공이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는 계속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HDC현산은 작년 12월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할 보통주식(신주) 2조17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을 3228억원에 인수하는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합병(M&A)하기로 했다.
이때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에 각각 2177억과 323억원 등 총 2500억원을 계약금으로 냈다.
이후 국내외에서 기업결합승인 절차를 밟고, 아시아나항공에 실사단을 파견하는 등 인수작업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이같은 속도는 2월에 제동이 걸렸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도 어려움을 겪자 갑자기 소극적 자세로 돌아선 것이다.
금호·아시아나와 산은 등의 거듭된 인수 요구에도 HDC현산이 인수를 마무리 짓지 않자 9월 '노딜'(인수 무산)로 1년 가까운 인수전에 마침표가 찍혔다.
재계에서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새주인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국적 제1항공사인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인수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은 손익 분석 등을 통해 아시아나 인수를 접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한 뒤 상황이 개선돼 이익이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시아나 인수 포기는 정부와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은 물론 추후 아시아나 성공에 따라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제기한 2500억원 규모 계약금 소송에 집중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과
질권(담보) 설정으로 묶여있는 계약금 2500억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질권을 해지해달라는 것으로, HDC현산이 패소하면 계약금을 모두 잃게 된다.
[이상규 기자 boyonda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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