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제작한 전기차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한 번은 반드시 겪어야 할 성장통인 만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철저한 원인 규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 14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 2017~2019년 생산한 '쉐보레 볼트 EV' 저니차 6만 8000여 대를 자발적으로 리콜한다고 밝혔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볼트 EV 화재 3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자 선제적으로 리콜 방침을 밝힌 것이다. GM은 리콜 차량에 대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GM은 차량 배터리 충전율을 90%로 제한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배터리의 경우 100% 충전이 되지 않으면 화재 발생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만큼 GM은 해당 조치를 통해 배터리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M은 화재 원인이 배터리라고 단정짓지 않은 만큼 아직 화재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LG화학은 "향후 화재 원인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BMW와 포드 또한 전기차 일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해당 차종 배터리는 삼성SDI가 공급했다. 이들 업체는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배터리 생산 과정의 문제"라고 밝힌바 있다. 지난해 테슬라 모델 X, 모델 S도 화재로 인해 수십만대가 리콜됐으며 중국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 역시 화재가 발생하면서 리콜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잇따라 발생한 전기차 업체의 리콜에 대해 전기차·배터리 업계에서는 "한번은 겪고 지나갔어야 할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2010년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가 판매됐으며 시장이 성숙해가면서 도로에 돌아다니는 전기차 대수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이유에서건 화재가 발생하는 전기차 또한 늘어나고 있다.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는 현재까지 약 400만대가 판매됐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업체들은 차량 출시 전에 배터리를 탑재하고 3년 간의 다양한 주행 시험을 거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도로에 다니는 전기차는 양산형 배터리가 나온 뒤 3년간의 주행 테스트를 거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시장에 출시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화재가 발생한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배터리 사용 환경에 따라서 문제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며 "배터리를 구성하고 있는 양극과 음극, 분리막, 전해액이 '에이징(Aging·노후화)' 되어 문제가 발생하면 그 포인트부터 발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배터리가 문제라면 분리막에 세라믹이 코팅된 소재로 바꾸는 등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며 "전기차가 대세인 시대가 오고 있는 만큼 향후 화재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찾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배터리 업계에서는 현재까지 발생한 화재 건수를 봤을 때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할 확률은 내연기관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할 확률보다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고 새로운 유형의 차량인 만큼 화재가 발생할 경우 세간의 관심이 높아 큰 주목을 받게 된다. 2018년 미국에서는 약 18만 1500건의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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