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타격에 세입 비상이 걸리자 고액 탈세·체납자를 잡으려는 조세당국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경기 충격이 커지며 국고로 들어올 돈은 쪼그라들었는데 세금은 잘 걷히지 않기 때문이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은 지난해에 비해 15조 1000억원(5.1%) 줄어들 전망인데 목표세수 대비 징수실적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9월 기준 76.8%로 전년(77.4%) 대비 부진하다.
국세청은 당장 고액 탈세·체납자를 겨냥해 세금 받아내려는 '추격전'에 불을 붙였다. 편법 증여에 단골 아이템인 금값·고액권 동향을 심층 분석하고, 법인 명의 고가 슈퍼카를 유용하는 현장을 잡기 위해 주차 위치까지 면밀히 파악한다. 최근에는 전·월세 자료 등 빅데이터를 동원해 새는 세금을 틀어막기에 나섰다.
국세청 재산 추적 강도는 점차 강해지고 있다. 지난해 고액체납자 징수·압류금액은 총 2조 268억원으로 첫 2조원을 돌파했다.
매일경제가 탈세·체납자들 '저승사자'로 불리는 국세청 조사·징세 베테랑들이 전하는 세금 추적 노하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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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세청 체납자 징수압류현황 <자료=국세청> |
◇'조사通'들이 보는 물증은
통상 얌체 탈세자 단속은 '제보 등 신고->1차 검증->추적 조사->추징·환수·고발 등 처분' 수순을 거친다. 이 중 핵심은 추적 조사다.
조사팀 관계자는 "탈세·체납자들을 잡기 위해서는 세금으로 내야할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현장과 물증을 잡는게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라며 "장기간 탈세·체납자 주변에 잠복, 미행하며 주변을 탐문하고 물증을 찾아낸다"고 말했다.
예컨대 부유층이 세금 안 내려고 법인 명의 고가 차량을 자기 차처럼 유용하는 경우에 대해 국세청 조사통은 "먼저 주차장부터 뒤진다"고 귀띔했다. 영업 시간에 업무 목적으로 차량이 이용하는지에 대한 물증을 수집하기 위해서다.
이 관계자는 "의심 차량이 회사 주차장의 어느 자리에 얼마나 자주 주차됐는지 혹은 오너 일가 자택에 주차되어 있는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꼼꼼히 따져 이용 여부를 살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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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거래량이 늘어나면 음성적 거래를 통한 세금탈루가 늘어나는 확률이 높다는게 국세청 분석이다. <매경DB> |
금값 동향도 꼼꼼히 파악한다. 특히 올해처럼 5만원권 환수율이 추락하면서 금 거래량이 급증하면 레이더망을 바짝 조인다.
한 조사관은 "고액권 환수율이 떨어졌다는 말은 금고 안에 들어있는 돈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라며 "여기에 금 거래까지 늘면 음성적으로 세금을 탈루하는 행태가 많아진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골드바는 현금에 비해 부피가 작아 현물 편법 증여에 자주 활용돼 더 꼼꼼히 거래 동향을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5만원권 환수율은 23.9%로 지난 2009년 화폐 첫 발행(7.3%)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올해 금 거래량은 2만 1880kg로 전년 대비 21.6% 불어났다.
◇빅데이터로 체납자 이중삼중 포위
빅데이터 추적 조사는 신종 조사 기법이다. 주민등록 변경 이력이나 전·월세 자료, 전세금 타인명의 이전, 소득·지출 내역 등 빅데이터를 통해 주민등록주소지가 아닌 실제 체납자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아낸 후 전격 수색에 나서 숨긴 재산을 압류하는 방식이다.
올초 첫 도입됐지만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실 거주지 적중률이 85.7%에 달해 세금 환수에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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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액탈세, 체납자 세금 탈루 방법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매경DB> |
국세청은 내년부터는 납부 능력이 있는데 세금 내지 않는 고액 체납자를 최대 30일간 유치장에 집어넣는 등 대응 강도를 더 높이기로 했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고액 체납자의 경우 자기가 유치장에 갇힐 수 있다는 공포감이 유독 크다"며 "재산 환수 조치에 큰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은닉 재산 제보자에 주는 포상금(최대 20억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포상금은 은닉 재산 정보를 제공해 5000만원 이상 징수 성과를 내는데 기
국세청 관계자는 "체납 물증 등을 찾기 위한 작업 70~80%는 국민들 제보에서 시작한다"며 "공정 과세에 대한 국민 의식이 없다면 얌체 체납자들을 잡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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